6ㆍ2 지방선거 부재자투표 접수 과정에서 대학생 수백명의 명단이 업무처리 잘못으로 누락되는 바람에 사실상 투표를 할 수 없게 됐다.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장과 교육감, 지방의원과 교육의원 등 모두 8개 종류의 선거가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초접전지 등의 경우 당락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구제방법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당사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26일 서울 성북우체국과 고려대 및 한성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부재자 투표 신청 마감일인 18일 오후 1시40분께 고려대 총학생회 간부가 이 학교 자유전공학부 265명의 부재자 투표신청서를 갖고 성북우체국으로 찾아가 해당 학생들의 원주소지 읍ㆍ면ㆍ동사무소에 팩스로 발송해줄 것을 요청했다. 원칙적으로 부재자투표 신청서는 원본을 원주소지 읍ㆍ면ㆍ동사무소에 보내야 하지만, 2004년 신속한 접수를 위해 팩스로 우선 신청서를 보낸 뒤 원본을 우편으로 발송할 수 있도록 선거법 규칙이 바뀌었다.
하지만 우체국은 부재자투표 신청 마감시간인 이날 오후 6시까지 해당 주소지 읍ㆍ면ㆍ동사무소에 130여명의 신청서를 접수시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체국 관계자는 "팩스가 5대밖에 되지 않는 등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다.
한성대도 사회과학대 학생회 주관으로 모은 100개 안팎의 부재자투표 신청서를 이날 오후 3시께 성북우체국이 우체통에서 회수해갔지만, 비슷한 이유로 신청서 30여개가 원주소지 읍ㆍ면ㆍ동사무소에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체국 측은 이에 따라 부재자 투표명부 누락에 따른 경위서를 해당 학생들에게 보냈다. 해당 학생들은 "그날 원 주소지에서 투표를 할 수 없어 신청을 한 것인데, 투표를 할 수 없게 됐다"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당 주소지 동사무소 등에 신청이 안 됐으니 투표 당일 원 주소지에서 투표를 하는 수밖에 없다. 우체국에 책임이 있으니 그 쪽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이들이 부재자 투표를 할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고려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18일 당일 신청을 해도 팩스 등을 통해 충분히 접수가 가능하다는 선관위 회신을 받고서 성북우체국에 요청했던 것"이라며 선관위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와 관련, 부재자 투표소가 설치되는 대학은 전국에 모두 15곳으로 우체국의 처리능력 한계로 인해 유사한 명부누락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관위는 통상 신청인원이 2,000명 이상일 경우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해 주고 있는데, 이번 선거는 대학 내에 역대 최다 부재자 투표소가 설치될 만큼 학생들의 투표참여 열기가 높다.
남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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