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 미륵사지석탑(국보 11호) 해체 과정에서 지난해 1월 발견된 원형 청동합(靑銅盒)에서 금제구슬, 유리구슬, 진주, 곡옥 등 무려 4,800여 점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미륵사지석탑 사리공에서 발견된 직경 5.9~8.3cm, 높이 3.2~4.6cm의 청동합 6점의 보존처리 과정에서 내용물을 확인한 결과,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유물이 나왔다고 26일 밝혔다.
크기가 가장 큰 4번 합에서는 채색된 금장식 모자를 씌운 곡옥(曲玉) 1점을 포함한 4,400여 점의 유물이 확인됐다. 금제구슬, 금제고리, 금제소형판 등은 화사한 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정도로 보존상태가 양호했다. 이외에도 직물과 향분(香粉)으로 추정되는 유기물질도 확인됐다.
특히 1번 합의 뚜껑 표면에서는 '上部達率目近'(상부달솔목근)이라고 음각된 명문이 확인됐다. 이는 '상부'(백제 수도 사비의 행정구역인 5부 중 하나)의 '달솔'(백제 16관등 중 제2품의 고위관리)인 '목근'이라는 사람이 미륵사 석탑을 세울 때 이 청동합을 시주한 것을 의미한다고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설명했다.
주조(鑄造)로 제작된 대부분의 합은 문양이 없었으나, 6번 합에는 초화(草花) 무늬와 당초(唐草)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앞으로 청동합과 수습된 유물의 본격적인 보존처리와 함께 성분 분석 및 제작기법 조사 등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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