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26일 한치의 틈새도 없는 공조를 북한과 국제사회에 보여주면서 단호한 대북 제재 추진과 한반도 상황 관리 필요성을 한 목소리로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진행된 양국간 협의의 결론은 국제사회가 북한을 단호히 제재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리고 이는 '바위처럼 단단한' 한미동맹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런 기조는 이날 한미 외교장관 공동기자 회견에서 보인 클린턴 장관의 태도에서 드러났다. 그는 모두 발언에서 한미동맹의 역사, 가치, 중요성 등을 의도적으로 강조했다. "미국에 있어 한국의 안보와 주권은 엄숙한 책임이자 바위처럼 단단한 약속", "미국은 어려운 시기의 한국과 함께 할 것"등이 그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도 "한국 정부를 계속 완벽하게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공조는 양국의 일치된 대응 수순으로 나타났다. 북한에 엄중한 책임을 묻는 동시에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대비한 안보태세 강화 조치를 병행 추진한다는 입장이 정해졌다.
이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서 확인됐다. 이 대통령은 "시간적 여유를 갖고 상황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클린턴 장관은 '전략적 인내'라는 용어를 동원하면서 동조했다. 한미가 인내심을 갖고 한반도 상황을 적극 관리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이다. 이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한반도 내 우발 충돌 상황 등을 우려하는 미국의 입장이 투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은 전날 전략경제대화를 통해 한반도 안정을 유지해야 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아울러 클린턴 장관이 이날 북한 비핵화 조치를 언급,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는 "천안함 침몰이라는 즉각적 위기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전환을 유도하는 하는 전략도 요구된다"면서 "두 가지를 동시에 (투트랙으로)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선(先) 천안함 대응, 후(後) 6자회담 재개' 라는 기존 입장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6자회담 재개도 동시에 추구하자는 중국의 입장을 어느 정도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런 맥락에서 클린턴 장관이 "중국이 조사결과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며 외교적 언어로 중국 입장을 설명한 것이 주목된다. 중국의 입장이 아직은 한미의 그것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말로도, 미중간 타협의 문이 열리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클린턴 장관은 이번에 안보리 회부 일정, 미국의 대북 추가 제재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이 과거 북한에 상당한 타격을 주었던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자금 동결과 같은 빅카드를 준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 같다.
이날 한미 양국 당국자들은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인식에서 장기적인 대북 압박을 지속, 북한을 정상궤도로 돌려놓는 첫 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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