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 이후 미국의 북한에 대한 압박이 숨돌릴 틈 없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일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까지 큰 고비마다 미 행정부가 보여준 대북 압박의 수위와 의지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기존 대북 정책과 구별된다. 이 때문에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인식이 '설득과 대화'에서 '원칙에 입각한 강경대응'으로 선회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 이후 북한, 이란과 같은 적성국가들에 대해 '직접적이고 강력한 외교'를 강조했다. 이런 입장은 6자회담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두 차례의 핵실험에도 불구, 미국은 6자회담이 동북아 안보 유지의 가장 유용한 "다자협의체"라고 보고, 회담 조기 재개를 위해 지난해 말 북미 직접대화를 수용하는 파격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핵 포기와 관련된 상응하는 성의를 보이지 않자 북한에 대한 신뢰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와 의회에서도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무력감을 갖고 있던 차에 천안함 사태가 터져 대북 압박 기조가 급강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소식통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종식은 많은 복잡한 논리적 함의를 갖고 있지만, 천안함 사태는 증거와 책임소재가 명확한 만큼 미국이 북한에 대한 고삐를 죌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렇듯 유엔 안보리 회부 등 대북제재에 적극 나설 태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생각은 복합적이겠지만 이번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이번에 확실히 북한을 다잡겠다'는 의도가 여기에서 읽혀진다. 또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북한에 대해 절대적 입김을 갖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제어할 필요성도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의 대북압박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조지 W 부시 전 정권의 정책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2005년 김정일 정권에 큰 타격을 줬던 방코델타아시아(BDA)식 금융제재가 대북조치의 근간으로 떠오르고 있고, 2008년 핵신고서 제출과 함께 해제됐던 적성국교역법을 다시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돈세탁, 마약거래 등 불법거래를 단속하기 위해 9ㆍ11 테러 이후 제정된 애국법 301조도 끄집어낼 태세다.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도 천안함 사태의 성격과 이에 따른 법적 요건 등으로 아직 신중한 자세지만, 의회와 정치권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당초 부정적 입장에서 적극 검토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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