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 스포츠는 산업이다" 팬心 잡고 마케팅 홈런… 골인…
넥센타이어는 2010년 프로야구에서 히어로즈 메인 타이틀 스폰서를 체결하고 1분기 매출이 국내시장에서만 55.7% 상승했다. 중소규모의 업체이지만 프로야구로 홍보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이진형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부장은 "넥슨이 삼성, LG, SK같은 대기업을 상대로 승패를 가릴 수 있다는 것이 야구의 매력"이라며 "넥슨이 구단에 연간 50억~60억원 가량 지원하면서 이 만큼 기업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프로리그는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중 구단 운영비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곳은 단연 야구다. 프로야구 1개 구단 연간 운영비는 200억원이며 프로축구는 평균 80억~200억, 농구ㆍ배구는 50억원정도 비용이 들어간다.
지금까지 프로리그는 모기업 또는 해당 그룹에서 스포츠 마케팅과 기업 이미지 홍보를 위한 투자 개념으로 지원을 해왔다. 프로야구의 경우 입장수입과 광고비, 중계권비용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면서 프로구단이 조금씩 경제적인 자립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입장 수입 35%, 광고ㆍ마케팅 수입 35%, 중계권 수입 30%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그룹의 지원 없이 구단 자체운영이 가능하다. 국내 프로구단들도 미국과 같은 형태로 바뀌어가고 있는 추세다.
프로경기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종목은 역시 야구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은메달을 차지하면서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진형 KBO 부장은 "앞으로 2~3년간 프로야구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며 "과거에는 기업들이 투자 개념으로 구단을 운영해왔으나, 최근에는 기업들이 야구 자체를 산업으로 평가하며 스포츠마케팅 강화를 통한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SK, 두산, 삼성, LG, 한화, 기아, 롯데, 넥센 등 8개 구단으로 운영되는 프로야구는 각 구단마다 스포츠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팬들의 감성을 자극해 기업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자신이 응원하는 기업에 애착을 갖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와 마케팅으로 펼쳐 팬들이 기업의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2006년 국내 프로팀 최초로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라는 개념을 정착시킨 SK와이번스는 구단 마케팅 운영에 있어서 모기업인 SK텔레콤 사업분야를 접목시켰다. 최근에는 인천 문학구장에 무선인터넷(WiFi)을 설치해 야구장을 찾는 모든 야구팬들이 스마트폰으로 신문을 읽고, 인터넷을 검색하게 했으며, 문학구장 3루 외야에 '그린존'을 만들어 천연 잔디에서 야구를 관람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든 것이다.
안지환 SK텔레콤 스포츠마케팅팀 매니저는 "SK그룹을 상징하는 행복 날개처럼 스포츠를 통해 팬(고객)에게 다가가 감성으로 소통하며 행복을 전하는 게 목적"라며 "4~10월에는 야구, 10~3월에는 농구(SK나이츠)를 운영하는 이유도 1년 내내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프로팀 가운데 가장 많은 여성팬을 확보하고 있는 두산베어스는 김장훈, 홍수아 같은 연예인을 통해 두산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김정균 두산베어스 마케팅담당 팀장은 "예전에는 시구가 단순히 경기 시작을 알리는 세리모니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잡았다"며 "두산 야구를 좋아하는 유명인, 다른 구단에서 시구한 경험이 없는 연예인 등을 선별해 구단의 이미지와 매칭이 되는 사람들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잠실구장이 홈구장인 두산은 올해 베어스데이(매월 마지막 일요일ㆍ모든 관중 입장료 50%할인), 플레이어스데이, 퀸즈데이, 직장인데이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관중몰이를 하고 있다.
KBO에 따르면 프로야구 정규리그 입장수입은 2007년 200억원, 2008년 303억원, 2009년 409억원을 돌파한데 이어 올해는 60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프로농구의 경우 KT, 현대모비스, 동부화재 등 10개 기업이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각 구단은 늦가을부터 봄까지 실내체육관을 찾는 농구팬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최현 부산KT소닉붐 마케팅 담당 차장은 "페어플레이를 통해 최고의 경기를 팬들에게 선사하는 것만큼 기업이 고객에게 기쁨을 주고, 즐거움을 주는 게 없다"면서 "스포츠마케팅은 구단의 실력(순위)이 뒷받침되면서 최고의 효과를 거둔다"고 말했다.
성적과 관중수는 정비례한다. 실제 KT가 2008-2009 시즌 정규리그에서 10개 구단 중 꼴찌를 하던 해에는 관중이 6만명이었으나, 2009-2010년 순위가 2위까지 급상승하자 관중 수도 13만명으로 늘었다.
프로축구는 프로리그 중 스포츠마케팅이 가장 취약한 종목이다. 15개팀이 각 구단 별 한 시즌에 30여 경기를 하고, 대기업과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팀별로 예산 규모가 2배 이상 차이 나기 때문에 인기몰이를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만드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스포츠마케팅에 대한 인식을 깨닫고 적극적인 마케팅이 나서고 있다.
김태주 FC서울 홍보팀 과장은 "잠재적인 축구 팬을 만들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서울시내 100여개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축구를 가르쳐주고 있다"며 "그룹차원에서도 기업 홍보보다는 순수하게 사회공헌활동의 개념으로 접근해 축구 선진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프로리그를 후원하고 운영하는 기업들은 프로팀 성적을 통해 기업의 제품 이미지를 강화하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스포츠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기업이 제품을 팔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만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스포츠를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알리면서 돈을 버는 새로운 비즈니스 형태로 스포츠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면서 "팬서비스 자체도 팬이 원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으며, 팬들은 새로운 소비경험을 통해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기업들이 스포츠마케팅을 활용한 기업 홍보, 광고 효과의 가치를 알기 때문에 앞으로 스포츠마케팅은 더 강화할 것"이라며 "실제로 소비자들의 욕구나, 심리를 분석해서 스포츠마케팅에 접근하면 더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 신영철 SK 와이번스 사장 "변화 DNA로 스포츠·기업 행복한 한살림"
"변화와 혁신이라는 DNA로 스포테인먼트를 활성화시켰죠. 스포츠도 고객을 찾아가는 서비스 시대 아닙니까?"(신영철 SK와이번스 사장)
야구장에서 삼겹살을 구워먹고, 천연 잔디가 깔려있는 외야에 자유롭게 앉아 야구를 볼 수 있다는 발상은 어떻게 했을까. 프로야구 8개구단 중 스포츠마케팅이 눈에 띄는 팀은 SK와이번스다. 인천문학구장을 팬들의 놀이동산으로 만들어 "야구장으로 소풍오라"고 초대하는 팀.
신영철 사장은 매년 시즌 개막과 동시에 마케팅팀 직원들과 차기 시즌 마케팅 구상을 한다. 직원들과 7박8일 일정으로 미국을 떠나 메이저리그 3개, 마이너리그 3개팀을 돌아보며 아이디어를 얻는다. 가까운 일본은 수시로 방문하며 놀이동산처럼 즐거운 야구장을 만들기 위해 고민을 한다.
"해마다 1년 후에 펼칠 스포츠마케팅을 준비합니다. 스포츠에 어떤 콘텐츠를 접목시키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잖아요."
신 사장은 SK텔레콤 홍보실 임원에서 2005년 3월 야구단 사장으로 부임했을 당시 스포테인먼트를 구상했다. 2006년 시즌부터 문학구장을 찾는 팬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신설한 삼겹살존. 올해는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따라 그린존을 만들어 가족들이 야구장에 소풍 온 것처럼 잔디 위에 돗자리 깔고 즐겁고 편하게 야구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3루 외야석 의자를 다 뜯어서 흙을 덮고, 잔디를 깔고 대대적인 공사를 했어요. 3억~4억정도 비용이 들어갔는데, 올 시즌 그린존을 이용하며 행복해하는 팬들을 보면 참 뿌듯합니다."
신 사장이 구상하는 2011년 시나리오는 스포츠와 IT를 접목시키는 것이다. 이에 우선 문학구장에는 무선인터넷(WiFi)를 깔았다.
"U(유비쿼터스) 스타디움이라면 맞는 표현이겠죠. 스포츠에 IT와 교육이라는 콘텐츠를 접목시켜서 야구 전용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도 만들려고요."
"스포츠 마케팅을 즐겁고 재미있게 펼치다 보니 최근엔 모기업(SKT)에서 먼저 같이 사업하자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행복나비'처럼 SKT고객이거나 잠재적 고객인 SK와이번스 팬들에게 즐거움과 기쁨과 행복을 선사하다 보면 기업도 같이 행복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덕분에 SK문학구장 관중수는 2006년 경기당 평균 5,256명에서 2007년 2배(1만0,419명)가 늘어 지난해에는 1만2,556명까지 증가했다. 올해도 8개 구단중 처음으로 40만명(5월16일 기준)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는 것(Knowing)과 행동하는 것(Doing)의 거리를 좁혀가다 보면 구단이 자체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수익구조들이 생겨납니다. 스포츠에 가치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변화하다 보면 단순히 기업 이미지 개선, 기업 홍보의 차원을 넘어서는 가치들이 생겨나게 될 것입니다."
SK와이번스 신영철 사장은 올 7월에도 U스타디움 구상을 위해 마케팅팀 직원들과 미국ㆍ일본으로 떠날 예정이다.
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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