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강명석의 That's hot] 모처럼 일밤 달군 '2인자 형제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강명석의 That's hot] 모처럼 일밤 달군 '2인자 형제들'

입력
2010.05.26 12:34
0 0

간만에 웃었다. 돌아온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때문만은 아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의 '뜨거운 형제들'은 처음부터 뜨겁게 웃겼다. 이 쇼는 최근 오락 프로그램들의 모든 유형을 섞어 새로운 스타일로 제시한다.

박명수, 김구라, 탁재훈 등 예능의 '1.5~2인자'들이 서로를 공박하는 건 MBC '황금어장'의 코너 '라디오 스타' 같고, 그들이 동생 격인 노유민, 이기광, 사이먼D 등과 팀을 이뤄 티격태격하며 미션을 수행하는 건 초기의 '무한도전'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정작 형-동생이 팀을 이뤄 무선을 통해 형의 지시에 따라 동생이 여성과 소개팅을 가지며 벌어지는 상황은 마치 '개그콘서트'의 리얼리티 쇼 버전 같다. 10년 이상 예능으로 단련되거나, 배우 한상진처럼 사람 심리를 잘 아는 형들이 지령을 내리면 동생들은 황당한 지령이라도 받아들이며 여성들 앞에서 온갖 코미디를 한다.

박휘순은 휴지를 입에서 빼는 마술을 보이다가 잇몸에서 피가 났고, 노유민은 지시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의외의 웃음을 만들어냈다. 형들은 아이디어는 많지만 동생이 지시를 따르도록 해야 하고, 동생은 형들의 지시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면서 앞에 있는 여자들을 웃기든, 마음을 사로잡든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웃음과 웃음의 간격을 극도로 좁힌다.

형들의 엉뚱한 지시에서, 당황하는 동생들의 행동에서, 다시 여성들에게 뭔가 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쉴 새 없이 웃음이 나온다. '무한도전'과 KBS2 '해피선데이'의 코너 '1박 2일'이 매주 어떤 큰 컨셉트 안에서 웃음부터 감동에 이르는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면, '뜨거운 형제들'은 순간의 재치에 능하거나, 아직 그걸 배워야 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한 시간 내내 오직 어떤 방식으로든 웃기는 것만으로 승부한다.

지난 2년여 동안, 한국에서 성공한 리얼 버라이어티 쇼는 유재석, 강호동, 이경규 등을 메인 MC로, 기발하거나 규모가 큰 에피소드를 기획하는 것을 의미했다. '일밤'은 그 시류를 타지 못해 깊은 침체에 빠졌다. 하지만 '뜨거운 형제들'은 '1인자'가 아닌 그 나머지들이 쉴 새 없이 코미디를 쏟아내는 것만으로도 프로그램이 돌아가도록 진행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줬다. 그건 '1인자'의 진행이 없는 오락 프로그램이 내놓은 묘수이자, 보다 극단적으로 빠른 웃음을 추구하는 새로운 리얼 버라이어티 쇼에 대한 가능성이다.

물론 이제 시작인 '뜨거운 형제들'이 어떻게 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시청자들은 일요일 저녁에 오랜만에 MBC를 보게 될 것 같다.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naver.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