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대북 제재 조치에 분명하고 단호한 대북 메시지들이 포괄적으로 포함돼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전략적이고 유연한 접근을 주문했다. 이들은 "북한이 다시 도발할 수 없도록 단호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도 남북간의 극단적 충돌을 피하기 위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과의 기싸움식 맞대응은 자칫 통제되지 않은 물리적 충돌을 낳을 수 있는 만큼 외교적 해법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긴장 국면의 장기화가 불가피한 만큼 중ㆍ장기적 관점에서 출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남북이 강(强) 대 강(强)으로 대치하는 상황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6일 "남북 모두 출구 전략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강 대 강 맞대응을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 위기가 오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은 "상대를 향한 대응 조치가 반복ㆍ확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앞으로 상당 기간 남북관계의 회복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으로부터 분명한 재발 방지 조치를 끌어내려고 노력하되 그 과정에서 감성적인 맞대응은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긴장 조성을 위해 개성공단 폐쇄 카드 등을 꺼낼 수 있지만 이런 것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며 "실제로 도발하면 확실히 대응해야 하지만 미리 추가적 대응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정부의 심리전 방식에 대해서도 "대북 방송 정도는 몰라도 정부 차원에서 전단지를 뿌리는 것은 선전을 위한 이벤트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제어하는 동시에 한반도 평화라는 큰 틀에서 출구 전략 마련 필요성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에 대해 맞대응하기 보다는 우리가 가진 스케줄대로 가면 된다"며 "북한의 도발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우리가 선도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북한이 천안함 국면에서도 핵개발을 하고 있는 만큼 6자회담에 대비한 노력도 병행할 것을 주문했다. '출구'시점에 대해서는 북한이 '사과'와 '관련자 처벌'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를 드는 전문가도 있었다.
한중일 정상회담 등 우리에게 주어진 외교적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데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했다. 유호열 교수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한 때 천안함 사태의 유엔 안보리 회부 방안에 대해 적극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덕민 교수는 "유엔 안보리는 구조적 모순과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의안 채택에 연연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의 입장을 알리고 협조를 요청하는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냉정한 대중(對中) 접근 전략을 주문했다. 유호열 교수는 "우리가 피해국임에도 불구 최대한 절제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중국이 이번 사태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명철 소장은 "중국이 중립적 위치에서 대북 지원을 확대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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