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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카툰작가 지현곤씨 작품 'TV 리모콘' 등 국어 교과서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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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카툰작가 지현곤씨 작품 'TV 리모콘' 등 국어 교과서에 수록

입력
2010.05.26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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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방안에서 그린 그림이 교과서에 실리게 되다니…. 뿌듯하면서도 믿기지 않네요."

장애인 카툰작가 지현곤(49)씨의 작품이 올해 중학교 미술교과서에 실린 데 이어 내년에는 국어교과서에 수록된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하반신 마비 중증장애 1급인 지씨의 카툰 작품 'TV 리모콘'이 금성출판사 내년 중2 국어 교과서에 실려 토론의 예시로 활용된다. '노아의 방주-TV속의 동물들'도 지학사의 중2 국어교과서에 실릴 예정이다. 이 작품은 이미 올해 중앙교육진흥연구소가 펴낸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 만화와 카툰을 설명하는 사례로 수록돼 있다. 그의 작품은 필치가 섬세하고 정교한데다, 장애를 갖고 살아온 삶이 녹아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척추결핵을 앓아 다리를 쓸 수 없게 된 뒤 대부분의 시간을 방 안에서 누워 지냈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해 동생이 빌려오는 만화책을 읽으며 한글을 배웠고, 어깨와 등의 고통을 참아가며 고 고우영 화백 등의 만화를 쉼 없이 베껴 그렸다.

지씨의 작품은 서울애니메이션센터와 인연이 닿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직접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 "작품집을 내고 싶다"며 그림을 보냈다. 센터는 한 점을 완성하는데 한달 반 이상 걸릴 정도로 시간과 공을 잔뜩 들인 작품들을 지나칠 수가 없었다.

2007년 7월 마침내 '지현곤 카툰 기획전'이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열렸고, 시민 7,500여명이 관람했다. 그 다음달 2차 전시회를 열 정도로 더 보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했다.

그의 명성은 해외로도 퍼져, 이듬해 3월 한국 카툰작가로는 처음으로 미국 뉴욕 아트 게이트 갤러리의 초청으로 '가능성으로부터 현실로'라는 제목으로 단독 전시회를 열었고, 한 달여 만에 55점을 모두 판매하는 기록을 남겼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머와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깃들어 있어 지씨의 작품을 보는 사람 모두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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