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해외 재산도피 행위를 뿌리뽑기 위해 지난해 11월 추적 전담조직을 가동한 이래 사상 최대 규모의 탈세를 적발하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스위스은행의 비밀계좌에 숨겨놓은 돈까지 찾아내는 등 해외탈세 조사의 열쇠였던 국제공조의 길을 마련한 의의가 크다. 정부는 이번 성과를 토대로 비록 시간이 걸리고 절차가 복잡해도 역외탈세를 끝까지 추적해 엄정 과세하는 규율을 확실히 세워야 한다. 관련 인프라와 전문인력 보강도 망설일 이유가 없다.
이번에 적발된 기업은 조세피난처 등에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기업자금을 불법 유출한 4개 업체로, 탈루소득이 6,224억원에 달해 3,392억원의 세금을 추징 당했다. 제조업체 금융업체 도매ㆍ무역업체 서비스ㆍ투자 전문업체 등 업종이 다양한 만큼 탈세수법도 지능적이고 치밀했다.
2,137억원의 세금을 물게 된 A사의 경우 사주가 해외 현지법인과 페이퍼컴퍼니를 이용, 매출 단가를 조작하거나 용역대가를 허위로 지급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스위스 비밀계좌에 숨겼다. 다시 이 돈을 5~7단계로 세탁한 뒤 버진아일랜드와 라부안 등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국내외에 재투자해 얻은 소득을 빼돌렸다. 해외 신탁회사를 이용한 변칙 상속도 적발됐다.
주목되는 것은 조사과정에서 국세청이 스위스 홍콩 싱가포르에 개설된 14개 계좌의 입ㆍ출금 내역을 직접 확인한 것이다. 6개월 이상의 조사 끝에 밝힌 탈세혐의가 구체적이고 결정적이었다는 반증이지만, 작년 3월 국제탈세정보 교환센터에 가입하고 세정당국 간의 신뢰를 쌓는 일련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익명 공개에 그친 이 정도 성과로 만족할 일은 아니다. 1990년대 말 자본자유화 이후 대기업과 부유층의 해외 재산도피와 탈세사건이 심심찮게 터져나온 까닭에'이번에 빙산의 일각'만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보는 국민도 많다. 국세청이 특별팀 형태로 운영하던 역외탈세추적센터를 상설 조직으로 전환키로 한 것은 이런 맥락일 것이다. 세정의 핵심은 국내외 가리지 않는 신뢰와 형평, 투명성임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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