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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리 인생' 내려놓고… 40대 시간강사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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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리 인생' 내려놓고… 40대 시간강사 자살

입력
2010.05.2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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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이 몰라 주니 힘들었을 겁니다. 정말 유능한 인재였는데….”

26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M병원 장례식장. 25일 밤 자신의 아파트 안방에서 교수임용 탈락을 비관해 연탄불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은 A대 시간강사 서모(45)씨의 영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지도교수 조모(64)씨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 냈다. “열악한 처우에도 교수가 되기 위해 오직 연구에만 몰두했는데 결국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네요.” 빈소 곳곳에서는 보따리 장수라는 딱지를 떼기 위해 몸부림쳤던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유족들과 동료 시간강사들의 탄식도 터져 나왔다.

서씨가 A대에서 시간강사를 시작한 것은 2000년 3월. 1학년 교양필수영어를 1주일에 10시간씩 강의했던 그는 2년 뒤 영어영문학 박사학위를 따며 교수의 꿈을 키워갔다. 그러나 시간당 3만4,000원의 강의료로는 부인(45)과 두 아이의 생계를 책임질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여섯 개 대학을 돌며 시간강사로 뛰어야 했고, 부인도 식당 일을 해야 했다.

손에 물 묻히지 않게 해 주겠다던 부인과 가족들에게 낯이 서지 않았지만 그래도 서씨는 공부에 대한 열정을 굽히지 않았다. 오직 실력만이 지긋지긋한 보따리 인생을 면하게 해 줄 거라는 신념 때문이었다.

A대는 매주 연구세미나에 참석하는 서씨의 연구 열정과 자질을 높이 사 시간강사인 그에게 개인연구실까지 내 주며 용기를 북돋아 줬다. 실제 서씨는 의문론학회 내에서 “교수가 되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뛰어난 연구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교수는 그의 몫이 아니었다. 서씨는 거의 매년 전국 각 대학의 교수임용에 지원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결국 서씨는 2주일 전 지원했던 모 대학의 교수임용에서마저 다시 탈락하자 상실감과 자괴감을 이기지 못한 채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빈소를 지키던 동료 시간강사들은 “일용직 취급에다가 최저생계마저도 위협받는 팍팍한 삶을 이어가야 하는 시간강사의 문제가 결국 뛰어난 인재를 죽음으로 내몰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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