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남아공월드컵 개막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영광 재현에 나서는 축구국가대표팀은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통쾌하게 제압하며 축구팬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한국일보는 태극전사들이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또 다른 '환희의 드라마'를 쓸 수 있도록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태극전사들의 가족 또는 스승,선후배, 멘토 등이 보내는 가슴 뭉클한 편지처럼 독자 여러분도 기도하는 심정으로 힘찬 응원의 메시지를 띄워주기를 기대한다.
(이)청용아!
이제 정말 월드컵이구나. 온 국민이 뜨거운 가슴으로 응원할 그날이 성큼 다가왔다. 축구 선배이자 어린 너를 가르쳤던 스승인 나도 너와 다른 후배들이 누빌 월드컵 무대가 너무도 기대되고 설렌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반드시 해낼 것으로 믿는다. 목표인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이 절대 쉬운 과제는 아니지만 세계 최강인 아르헨티나는 제쳐두고라도 그리스, 나이지리아와는 한번 겨뤄볼 수 있는 저력이 이제는 우리에게도 생겼다고 생각한다.
내가 뛰었던 1986년 멕시코월드컵 때를 돌아보면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구나.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던 우리들은 세계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아니 우리가 세계 축구의 어디쯤 자리하고 있는지 조차도 몰랐다. 이미 16강 진출이 어려워졌던 이탈리아와 마지막 경기에 앞서 이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이를 악물었던 기억이 엊그제 같구나.
하지만 지금은 그 때와는 다르다. 한국 축구는 이미 너를 비롯해 세계 주요 리그에 많은 인재들을 진출시켰고, 그와 더불어 세계 축구의 커다란 흐름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그런 만큼 우리 때처럼 아쉬움을 가슴에 품고 돌아오는 일은 없어야 하며,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특히 세계 최고의 무대라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해 첫 시즌부터 뛰어난 활약을 한 너에게 많은 팬들이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부담스럽고 어렵겠지만 그것이 스타의 운명이고, 책임이다. 무거운 책임감을 잘 견뎌 내고 하나하나 준비를 해나간다면 틀림없이 세계적인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이 올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너의 성실성과 노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
청용아!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고 월드컵 무대를 마음껏 누벼라. 너의 미래와 한국 축구의 미래가 그곳에 있다.
■ 중 3학년때 몸놀림 보고 프로 영입
이청용과 조광래 감독의 인연
영재 발굴에 남다른 재능을 가진 조광래 감독은 FC서울 사령탑 시절인 2003년 당시 도봉중 3학년이었던 이청용의 플레이를 보고 반했다. 30분 만에 영입 마음을 굳혔던 조 감독은 '조기 프로 입단도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어보자'며 이청용의 도봉중 중퇴를 종용했다. 무려 1억3,000만원의 계약금을 받고 서울에 입단한 이청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량이 만개했고, 결국 프리미어리그 진출까지 성공하며 한국 축구의 미래로 떠올랐다.
이청용은 프로 입단으로 날개를 달게 해준 '스승'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볼턴과 계약을 위해 잉글랜드로 출국하기 전 경남 함안을 찾아갔다. 이청용은 조 감독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고, 조 감독은 '머리를 쓰는 선수가 돼야 한다. 끊임 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 상황에 대해서 이해한다면 박지성보다 충분히 큰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응원의 편지와 함께 만년필을 이청용에게 선물하며 따뜻한 사제간 정을 나타낸 바 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