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축·소비·펀드 투자… 어린이 경제왕은 바로 나"
지난달 초순 경기 고양시 대화초등학교 4학년 금낭화반 교실. 각각의 손에 200만원(물론 모조지폐)을 꼭 움켜 쥔 25명 학생 사이에 긴장이 감돌았다. 이 반 학생 전원이 5명씩 5개조를 만들어 참여하는 '우리집 살림 꾸려보기' 보드게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참가자들이 매월 똑같이 200만원의 월급을 받지만, 누가 가장 올바르게 소비와 저축을 하는지를 겨루는 것이다. 저축ㆍ보험 들기, 펀드 투자, 기부 등 금융활동과 소비활동 마다 일정한 점수가 부여돼 그 만큼 보드 판의 게임 말이 앞으로 움직인다.
예컨대 90만원짜리 TV 구매는 20점, 저축은 10만원당 1점이다. 언뜻 보면 소비가 훨씬 유리해 보이지만 무분별한 소비로 월말에 생활비 등 고정지출비 90만원을 내지 못하면 말이 다섯 칸 후퇴한다. 월급을 세 번 받을 때까지 600만원을 잘 관리해 말이 가장 앞선 사람이 이기게 된다.
시침이 오전 9시30분을 가리키자 게임이 시작됐다. '가위 바위 보'로 순서를 정해 제일 먼저 나선 어린이는 5조의 노영재(10)군. 영재군은 휘파람을 불며 90만원짜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최고급 핸드폰(50만원), 게임기(11만원)를 샀다. 김민영(10)양은 핸드폰과 세계위인전집을 장만했고, 피주희(10)양은 20만원을 저축하고 10만원으로 보험을 들었다.
'기분파' 영재군은 첫 달부터 월급의 80%를 소비에 사용하는 바람에 월말에 고정지출비가 부족해 다음달 월급을 가불 받는 조건으로 말을 뒤로 돌려야 했다. 반면 민영양은 저축과 소비, 기부를 고르게 하며 더디지만 꾸준히 앞으로 나아갔다. 드디어 세 번째 월급이 주어진 마지막 달, 민영양이 영재군을 한 칸 차이로 따라잡았다.
균형적인 경제활동이 무계획적인 소비를 이기는 걸까. 그러나 최후에 "내가 이겼다"라고 외친 건 영재군이었다. 이 게임의 또 하나의 묘미인 '우리 동네 뉴스'가 그를 도운 것.
월말, 즉 참가자들의 경제활동이 끝나면 우리 동네 뉴스 카드를 넘기는데, 이 카드에는 저축 이자율, 펀드 수익률 등 경제뉴스와 마을 행사 등 지역 뉴스가 적혀있다. 영재군은 마을 노래자랑에서 1등을 해 추가점수를 얻어 승리했다. 개인의 계획 외에도 외부 변수에 의해 예상 밖의 수익이나 지출이 생기는 것까지, 현실 경제 활동을 꼭 닮았다.
현실의 경제 활동을 섬세하게 축소시켜 놓은 이 게임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경제교육 전문기업 이티원에 의뢰해 지난해 9월부터 6개월간 개발한 경제 교육용 게임이다. 소비와 저축, 투자, 기부 등 모든 경제활동을 고르게 하면 1등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예컨대 소비는 원활한 경제활동의 기초인 만큼, 소비는 않고 저축만 해도 벌점을 받는다.
하지만 경제 개념이 서지 않은 학생들 스스로 게임을 진행하기 어려우므로 처음에는 '미래에셋 경제교실 스쿨 투어'가 학교를 찾아가 도와준다. 스쿨 투어 전용버스에는 어린이 경제교육 전문 강사와 게임 진행을 돕는 대학생 멘토가 동승한다. 지난 3월23일 시동을 건 이 버스는 이미 서울, 이천, 울산, 부산 등 전국 30개 초등학교 4,000여명의 학생을 만났다.
대화초등학교는 스쿨 투어 버스가 여섯 번째로 찾은 학교. 학생들은 게임을 시작하기 전 경제 원리와 개념에 대한 쉽고 재미있는 설명을 들었다.
경제교육 전문강사 가혜영(35) 선생님은 보험을 이렇게 설명했다. "여러분이 야구를 하다가 옆집 유리창을 깼어요. 이 때 보험을 든 사람은 1만원만 내면 되지만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20만원을 내야 해요."학생들도 바로 이해하는 눈치였다. 주희양은 옆에 있던 민영양에게 "이따 보드게임할 때 보험부터 들자"고 속삭였다.
보드 게임이 끝나고 나서도 아이들의 발그레한 얼굴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다른 조 친구들과 어떤 경제 활동을 했으며 몇 등을 했는지 묻기 바빴다. 패인 분석도 잊지 않았다. 김재학(10)군은"저축도 안 하고 소비도 안 하고 돈을 들고만 있어서 꼴찌를 했다"고 스스로 패인을 분석했다. 그러나 재학군은 곧 "다시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말이 97칸이나 나가 반 전체에서 1등을 한 최정현(10)군은 "소비와 저축을 골고루 많이 했을 뿐"이라며 짐짓 자랑스러워 했다.
이 게임의 또 다른 효과는 어린이들이 직접 살림을 꾸리면서 부모님의 고충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 대학생 멘토 문성은(23)씨는 "게임을 하며 '엄마가 가계부를 쓰면서 왜 그렇게 힘들어 하시는지 이제 알겠다. 일일이 다 계산하고 계획하는 건 정말 어렵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3일 스쿨 투어 경제 교육을 받은 부산 동궁초등학교 6학년 8반 허정민 학생은 스쿨 투어 홈페이지(http://schooltour.miraeasset.com)에 "지금까지는 엄마 아빠께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을 다 사달라고 했는데, 게임을 하면서 돈 관리가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제부터는 꼭 필요한 것들만 사서 '경제활동의 왕'이 되어야겠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금낭화반 담임인 오현미 교사는 "교과서에는 펀드라는 말 자체도 안 나오고, 다른 마땅한 교재가 없어 고민이었다"며 "아이들이 게임을 무척 즐거워하는 걸 보니 성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은 연말까지 100여개 초등학교 방문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일단 7월말까지 30여개 학교를 방문하는 일정이 확정된 상태다.
한편 스쿨 투어는 학생들이 언제든 게임을 하며 경제를 익힐 수 있도록 보드게임을 학교에 기증한다. 이날 금낭화반에도 5개의 보드게임을 기증했다.
스쿨 투어 선생님과 대학생 멘토들이 교육을 마치고 교실을 나가자 한 학생이 오 교사에게 달려가 물었다. "선생님, 저 게임 또 언제 해요?"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 '미래에셋 박현주재단' 사회공헌 활동
‘한 곳에만 투자해야 한다면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투자하겠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사회공헌 활동의 핵심가치다. 2000년 3월 사회복지법인‘미래에셋 박현주재단’의 설립과 함께 시작된 사회공헌 활동은 자원봉사, 장학사업, 기부운동 등 다양하게 뻗어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빈부 격차에 따른 교육 불균형의 해소다.
이에 따라, 사회공헌 활동의 초점은 경제 사정이 어려운 대학생들에게 많은 배움의 기회를 주는 데 맞춰져 있다. 학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연간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국내장학생 사업은 재단 설립 당시부터 11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연간 60~80명이던 장학생 선발규모를 지난해부터 500명으로 대폭 늘려 11년간 1,4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았다.
해외 유학 기회도 제공한다. 유학 중 학비와 체재비를 지원하는 이 사업은 2007년 처음 시작됐으며, 10년간 5,000명의 해외 장학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금융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글로벌 투자전문가 장학생 프로그램은 금융기업으로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꿈’이 담겨있는 사업. 지금까지 78명을 선발해 해외 명문대학에서 글로벌 금융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들이 훗날 한국 금융산업 발전의 견인차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이처럼 장학사업에 힘을 쏟는 이유는 뭘까.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박현주 회장은 평소 젊은 인재들에게 투자하는 것이 한국 사회가 닥칠 여러 문제점들을 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펼치는 장학사업은 한국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지원도 다양하다. 강사진이 학교를 직접 방문해 초등학생들에게 경제교육을 해주는 ‘스쿨 투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해외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글로벌리더 대장정’ 등을 운영한다. 공부방을 꾸며주고 도서를 지원하는 ‘공부방 희망 북카페’, 새학기에 교복을 지원해주는 ‘당당한 새출발, 새학기 새교복’사업도 저소득층 아동이 대상이다. 아동들의 교육에 관한 한 빈틈없이 챙긴다.
남보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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