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는 수년 전에 네가 한 일도 다 알고 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금팔찌를 훔쳐 경찰에 잡힌 피의자에 대한 유전자검사 결과 4년 전 성폭행 사건 범인과 동일인으로 드러나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유전자 검사가 최근 단순 절도범의 5년 전 임신부 성폭행 행각을 찾아낸 데(본보 24일자 12면) 이어 또다시 해묵은 성폭행 사건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2003년부터 택시를 운행하던 이모(44)씨는 지난달 10일 취객을 상대로 금팔찌(10돈)를 훔쳐 금은방에 팔았다가 장물수사를 벌이던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이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수사하던 와중에 추가범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씨의 동의를 얻어 구강 점막세포를 떼어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유전자 분석을 의뢰했다. 국과수 검사 결과 이씨의 유전자는 2006년 7월 중순 일어난 강간사건 피의자의 유전자와 일치했다.
당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다세대 주택 집에서 자고 있던 회사원 임모(당시 24세)씨는 이날 아침 집안으로 침입한 범인이 흉기로 위협하는 바람에 성폭행을 당했지만 범인이 스타킹을 뒤집어써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은 범인의 정액을 채취, 유전자 정보를 국과수 기록에 남겨뒀다.
경찰은 "이씨가 유전자검사를 거부하면 더 의심을 받을 것으로 생각해 검사에 응했으나, 본인도 4년 전 자신이 남긴 흔적이 남아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씨는 부인과 딸까지 있는 가장이었으며, 최근 모 연예기획사 전무 일을 맡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가 7년 전부터 택시를 운행해 오며 여성들만 사는 곳을 물색한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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