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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16> 결혼 못한 어느 철부지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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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16> 결혼 못한 어느 철부지 아들에게

입력
2010.05.2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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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사업가가 있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는 엄청난 부를 일궜습니다. 자수성가한 분들이 대부분 그렇듯 성실하고 진실한 사람입니다. 천하에 두려울 것 없는 그이지만, 걱정거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하나 뿐인 아들입니다. 사업에는 성공했지만, 자식농사만큼은 노력대로 안 됐나 봅니다.

30대 중반을 넘긴 아들은 아직 미혼입니다. 그런데, 이 아들을 보면 과연 결혼을 할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습니다. 아버지의 재력 덕에 입성과 겉모습은 번듯합니다. 여성들도 처음에는 호감을 보이곤 합니다. 하지만 몇 번 만나다 보면 그는 실상을 드러내고 맙니다. 외모만 몹시 따지고, 싫증도 유독 빠릅니다. 결혼에 대한 진지함도 없습니다. 게다가 비위에 거슬리는 건 못 참고 안하무인이기까지 합니다. 이러니 재력이 있다 한들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그럼에도 본인은 자신의 문제가 뭔지 전혀 모릅니다.

4년 전 그를 중매할 때 이런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아들을 이대로 두면 절대 결혼 못한다고 아버지에게 귀띔했습니다. 아버지는 "나는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다. 내 아들도 그럴 줄 알았다"면서 사업하느라 아들에게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한 스스로에게 책임을 돌렸습니다. 아들을 향한 사랑과 연민이 교차하는 아버지를 보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 다시 그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들에게 여성 10여명을 소개했지만, 한 번도 교제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4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철부지고, 외모타령만 하니 그럴 수밖에요. 그 어떤 사람이라도 결혼을 시켜야 하는 게 제 소임이라면, 이 건은 제 능력 부족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혼은 사회통념 안에서 이뤄지는 법입니다. 제 아무리 경제력을 우선시하는 여성이라고 해도 부자 아버지를 둔 능력 없고, 개념 없는 남성과 결혼할 수 있을까요.

이 아버지를 보며 사업과 자녀교육은 별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매우 안쓰러울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들에게 무엇인가를 조언하기에는 때 늦은 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버지를 대신해 인생선배, 결혼선배로서 아들에게 몇 마디 해줄까 합니다. P군! 어제의 만남이 불발된 건 정말 아쉽네. 하지만 만남에 대한 자네의 생각이나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결혼은 쉽지 않다는 걸 말해주고 싶네. 자네는 그 동안 많은 여성을 만나왔지. 그건 자네의 능력이 아니라 부모의 후광 덕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나?

자네는 부모의 배경을 자신의 능력으로 여기는 착각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해야만 하네. 자네는 지금껏 잘난 결혼상대를 찾았을 뿐, 스스로가 어떤 결혼상대인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네. 자네는 언제든 원하는 여성을 만날 수 있다고 자신하겠지만, 솔직히 말해 여성들이 자네에게 호감을 가진 건 아니라네. 자네는 부자 아버지를 둔 덕분에 자네에게 어울리는 여성보다 더 수준 있고, 괜찮은 상대를 만나왔네.

조건이 맞아서 한 결혼은 그 조건에 익숙해지면 곧 바닥이 드러나게 마련이네. 지금이야 아버지의 재력이 큰 매력일 수 있고, 결혼의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결혼생활을 지탱해주는 이유는 될 수 없다네. 물론 이런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어렵고, 고통이 따르겠지. 그렇더라도 자신 만의 장점과 매력을 만들어가야만 부모의 재력이 아닌 자네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네.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니겠는가?

■ 남녀본색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는 경력 3년 이상의 전문 커플매니저 50명을 대상으로 자녀를 노총각, 노처녀로 만드는 부모의 유형을 살폈다. 자식을 위한다는 부모의 생각과 행동이 실제로는 오히려 자식의 결혼에 장애가 되는 사례를 모았다.

1. 자녀의 결혼을 통해 대리만족을 구한다

남편이 생활능력이 없어 경제적으로 궁핍하게 살았던 한 어머니는 딸이 가난한 남성과 연애를 하자 갖은 방법을 다 써서 헤어지게 만들었다. 돈이 없으면 사랑도 다 사치라는 게 이유였다.

2. 내 자식이 제일 잘났다고 생각한다

물론 부모 처지에서 내 자녀는 최고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지나치면 자식은 배려심이 부족한 이기적인 사람이 되고 만다. 곧 최악의 결혼상대가 되고 마는 것이다.

3. 부모의 가치관과 기준으로 자식의 결혼을 설정한다

나이가 40이 넘은 아들의 결혼상대를 어머니가 고르는 경우도 있다. 자식의 행복을 바란다면 충고하되 간섭은 하지 말아야 한다. 부모가 자식 대신 살아줄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4. 자식에 대한 객관적 시각이 결여돼 있다

자식의 조건이나 상황과는 동떨어진 결혼상대를 찾는 케이스가 많다. 부모의 스펙이 아닌 독립체로서의 자식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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