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크다~ 개미 더듬이가 왜 이렇게 까칠까칠해요?"
25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의 한 실험실을 낯선 아이들이 장악했다. 생전 처음 보는 주사전자현미경 앞에 모여 든 아이들 눈에는 실험장비보다 오히려 현미경 속의 개미가 더 낯설고 새로운 듯 연신 탄성을 질렀다. "신기해요~" "재미있어요~" "저건 뭐예요?" "다시 보고 싶어요."…. 끝 없는 아이들의 요구와 질문에 연구진은 혼이 빠질 지경이었지만, 첨단과학의 프리즘에 매료돼버린 아이들의 마음은 쉽사리 휘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천재의 열정이 저러할까 싶은 바로 그 순수한 열정으로 연구진들의 마음을 오히려 감동시켰다.
아이들은 강원 평창군 대화면의 산골마을 신리초등학교에서 온, 이장무 총장의 초대 손님들이었다. 언니 오빠와 함께 공부하는 유치반 아이들을 포함해서 전교생이 23명인 학교에서 20명이 선생님의 인솔에 따라 새벽밥 먹고 길을 나선 터였다.
알고 보면 서울대와 이 산골 학교는 이웃사촌인 셈이다. 서울대가 건립중인 강원 평창의 그린바이오첨단연구단지가 신리초등학교와 개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7월 기공식에 참석했던 이 총장이 책 200권을 기증할 마음으로 신리초등학교를 방문했는데, 말로만 듣던 그 크고 좋다는 대학의 총장 할아버지를 만난 아이들이 '대학 구경 시켜달라'고 졸랐고, 이 총장은 즉석에서 꼭 초대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실험실을 나온 아이들은 캠퍼스 내 민주화의 길을 따라 걸으며 이런저런 설명을 들었고, 그러면서 조금은 낯선 대한민국의 현실과 대학의 어제와 오늘을 마음에 새겼을 것이다.
서울대 견학이야 누구든 원하면 언제든 할 수 있지만, 70~80%가 고랭지농사에 매달려 하루 집 비우기도 버거운 부모님 사정 등을 감안하면 아이들에게 이 나들이는 엄두내기 힘든 일이라고 한다. 권순익 신리초 교장은 "매년 현장학습을 하긴 하지만 대학교를 직접 방문해 실험실 장비를 보는 일은 처음"이라며 기뻐했다.
현미경으로 생물을 관찰하는 법을 배우던 6학년 심해리(12)양은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장수풍뎅이, 야생화, 고구마 등을 키우고 있는데 나도 빨리 더 큰 학교에서 현미경으로 그것들을 관찰도 하고 공부도 더 많이 하고 싶어요"라며 눈빛을 빛냈다. 5학년 김민정(11)양은 "원래도 선생님 의사 변호사가 다 되고 싶었는데, 오늘 와서 보니 과학자가 돼서 평창에서 일하고 싶기도 하다"며 고민했다.
행정관 앞에서 아이들을 맞은 이 총장은 "지난해 신리초를 방문했을 때 지역의 아주 작은 학교인데도 아이들이 밝게 공부하며 농작물도 스스로 재배하는 등 건강한 교육을 받고 있는 듯해 무척 인상적이었다"며 "서울대라는 곳이 자그마한 힘이라도 보탤 수 있다면 보태고, 아이들의 꿈을 우리가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이날 밤을 호암교수회관에서 머문 뒤 26일 국립과천과학관을 견학하고 평창으로 돌아간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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