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릴 듯한 태도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어깨를 누르는 수준의 폭행ㆍ협박도 강간죄 성립요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 서기석)은 검찰이 강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불기소한 피의자 A(39)씨에 대해 피해 여성 B씨가 제기한 재정신청을 받아들였다고 25일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A씨를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
재판부는 강간죄의 성립 요건인 '폭행ㆍ협박'의 범위를 폭넓게 해석했다. 재판부는 "B씨가 사건 당시 사력을 다해 반항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A씨가 험악한 인상을 지으며 때릴 듯한 태도로 가슴 부분을 누르는 정도의 협박과 폭행을 했다면 이는 강간죄의 성립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B씨는 사건 당시 '강제로 하면 성폭행으로 고소하겠다'며 A씨를 밀쳐내고, '제발 하지마'라고 외치는 등 반항을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B씨가 발로 걷어차는 등 적극적 저항을 하지 않았고, 어깨를 누르는 정도로는 피해자의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폭행ㆍ협박으로 볼 수 없다며 A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유부남인 A씨는 2008년 10월 총각행세를 하며 B씨와 교제하던 중 "결혼과 관련해 중요한 할 얘기가 있다. 네가 싫어하는 성관계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뒤 B씨를 모텔로 데리고 들어갔다. 하지만 A씨가 강제로 성관계를 하자 B씨는 그를 고소했다. 이후 서울서부지검이 A씨를 불기소 처분하자, B씨는 서울고법에 A씨를 기소해 달라며 재정신청을 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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