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해외공작원으로 포섭된 뒤, 북한산 마약을 거래해 공작금을 마련하려 한 50대가 기소됐다. 북한이 마약 생산 및 판매로 통치자금을 마련한다는 첩보는 그 동안 꾸준히 입수돼 왔으나, 수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25일 검찰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마약사범으로 수배돼 1999년 3월 중국으로 도피한 김모(55)씨는 같은 해 5월 북한 보위사령부 소속 여성 공작원 A(49)씨한테서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확실한 '얼음'(히로뽕의 은어)을 공급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A씨와 동거하는 관계로 발전했고 2003년까지 7차례나 북한을 드나들었다. 보위사의 해외공작원으로 포섭된 것이다.
보위사가 김씨에게 내린 지령은 다양했다. 재중 국정원 직원들의 신분 파악, 탈북자 및 탈북자를 지원하는 한국인들에 대한 정보 수집 등을 맡은 그는 이산가족 상봉 주선활동을 하던 중국동포 여성을 유인해 보위부장 신모씨에게 넘기기도 했다. 또, 북한 미사일기지 근무경력이 있는 탈북여성 등을 강제 북송하려 하는 등 '탈북자 사냥꾼' 역할도 수행했으나 대부분 미수에 그쳤다고 검찰은 전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산 히로뽕 유통 임무. 김씨는 북한 외화벌이 사무소에서 받은 히로뽕 2kg을 샘플로 삼아 국내는 물론, 중국 옌지(延吉) 폭력조직 또는 일본 야쿠자와 연계된 한국인 등을 상대로 50kg 이상(시가 150만달러 상당 추정)의 마약 거래를 시도했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하자 2003년 북한에서 김씨를 '용도폐기'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진한)는 이날 김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히로뽕 판매대금의 30%는 당 자금으로 납부하고 나머지는 공작금에 쓰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게 김씨의 진술"이라며 "북한산 마약 거래선에 대한 추적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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