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부동산시장, 대세하락인가? 일시적 조정인가?"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있었다. 침체된 주택시장의 현황과 앞날을 짚어보고, 기업 가계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자리였다.
발제자로 참여한 두 전문가는 대세 하락 쪽에 무게를 두었다. 미분양 주택적체, 주택거래량 감소, 강남 재건축 아파트와 수도권 대형 아파트의 매매가격 하락 등 현재 주택시장 상황이 그렇고 장기적인 인구 감소와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영향 등으로 향후 주택시장도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었다.
경제여건과 정책의 영향
필자는 대세 하락이라는 주장에 충분한 설득력이 있는가에 관심을 가졌다. 가격하락이 대세가 되려면 우선 주택수요 구조가 변해야 한다. 예컨대 가구의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형성하는 메커니즘이나 자산구성에 대한 선호가 본질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주택보유 이득이 과거와 같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사람들은 주택을 보유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가격하락 압력이 대세로 굳어질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주택시장은 지금 상황과 매우 달랐다.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는 등 우려되는 측면이 있었으나 누구도 매매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않았다.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전반적인 거시경제 여건이 악화하고 주택가격이 하락, 가격폭락 우려가 제기되었지만 수개월 내에 주택가격은 다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작년 하반기부터 주택시장 움직임이 둔화하면서 뚜렷한 패턴을 보이지 않아 시장의 불투명성이 높아졌고 올들어 대세 하락론이 제기되었다.
이 기간에 주택자금 대출에 추가 규제가 도입되었고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가시화했다. 기존 주택시장에서 주택구입 대출이 어려워지고 보금자리주택대기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존주택 구입수요가 감소하였다. 미분양 주택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고 건설업체의 자금 압박이 심해졌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의 주택시장은 주택수요 구조가 본질적으로 변화한 결과가 아니라, 다분히 거시경제 여건과 정부정책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명확하지 않다. 미국의 은퇴가구를 연구한 학자들에 의하면, 주택은 자녀에게 물려줄 상속동기가 큰 자산이기 때문에 보유 욕구가 매우 높다. 또한 다른 자산과 대체할 수 없는 일종의 정신적 자산으로 제일 마지막에 처분한다. 그것도 소득이 급속히 감소하거나 질병 등으로 단기간에 많은 돈이 필요할 때만 처분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은퇴가 곧바로 주택자산 처분으로 이어지고 가격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택시장 정상화 지원을
그렇다고 현재의 주택시장 상황이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유가 어떻든 주택거래량이 감소하고 시장이 동결되는 것은 좋은 신호는 아니다. 주택과 관련된 일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 필요할 때 집을 사거나 팔지 못하는 일반가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시경제 여건이 좋아지면서 상황이 개선될 수 있겠지만 주택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대안들도 필요하다.
생애 처음으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이나 일정 규모 이하의 주택을 구입하려는 1주택 가구에 대해서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일부 완화해 주거나 재무구조 개선을 전제로 보금자리주택 건설에 민간건설업체를 참여시키는 방법 등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재량적으로 할 수 있는 대안들은 많다.
정의철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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