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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연극 '실비아' '남편이 냉장고에 들어갔어요' 내달 무대에

입력
2010.05.2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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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사는 나라인 만큼 인간들끼리의 관계 맺기 양상도 복잡하고 빠르다. 두 편의 브로드웨이 신작 연극이 미국 사회의 속내를 전한다. 블루 바이시클 프로덕션의 '실비아'와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단이 제작한 '남편이 냉장고에 들어갔어요'는 급변하는 한국 사회를 비춰볼 수 있는 반면교사이기도 하다. 중년 남성의 입지가 더욱 좁아든다.

'실비아'

"싫다니까. 진짜 싫어. 도무지 믿을 수가 있어야지. 밥 주는 것도 맨날 까먹고. 귀가 찢어지도록 시끄럽게 음악 틀어놓고. 한 순간 아주 사랑스럽게 대해주다가도, 결국엔 차 안에 몇 시간씩 가둬두기 일쑤야!"

실비아라고 불리는 어느 애완견의 푸념이다.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질타는 끝을 모른다. 블루 바이시클 프로덕션의 연극 '실비아'는 인간 세상에 대한 풍자로 귀결된다. 1995년부터 미국에서 공연되고 있는 무대가 국내 첫 소개되는 자리다.

미국인들의 시선으로 세계를 보는 일은 우리도 익숙하다. 미국에 흐르는 새 물결을 가장 빨리 포착하고 전파하는 뉴욕 중산층의 언어가 날카롭다. 그들이 애지중지하는 애완견들은 인간의 허상을 꼬집고 위기의 인간관계를 헤집는다. 이 무대가 미국화돼 가는 현대 세계의 관계를 진단하는 자리이기도 한 것은 그래서다. 힘겨운 직장 생활에 자식들마저 독립, 권태기를 심각하게 겪고 있는 중년 부부가 집 없는 개를 공원에서 데려와 키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무대에는 뜻밖의 시청각적 즐거움이 들어있다. 발정기에 접어든 실비아의 돌출 행동, 느닷없는 고양이의 출현에 화를 내는 장면 등 배우들의 신체 연기가 볼거리다. 또 주인공들은 르네상스 시대 작곡가 헨리 퍼슬의 노래나 유행하는 팝송을 부르며 무대의 색깔을 다채롭게 한다. 6월 3~20일, 정미소. (070)4136-3738

'남편이 냉장고에 들어갔어요'

"우리 자기가 버스에 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했어. 어떨 땐 기차에 깔리거나 트랙터에 깔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우리 자기가 벌레처럼 트레일러 열여덟 개 바퀴에 깔려 뭉개지는 걸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 아내들의 수다는 어디나 똑같다.

1999년 초연된 '남편이 냉장고에 들어갔어요'는 우연히 냉동 창고에 갇힌 남편들을 놓고, 아내들이 그들을 살려줄지 말지 결정하는 투표를 벌이기까지의 소동을 그린 미국식 블랙 코미디다.

남편에게 꽉 쥐여 살던 주부, 횡령죄를 저지른 남편 때문에 자신의 사회적 위치까지 위태로운 잡지 편집장, 아기를 갖기 싫어하는 남편에 지쳐 외도에 빠진 여인 등 세 사람이 부부 동반 파티를 갖는다. 남편들이 실수로 냉동 창고에 갇히자 그들을 구해줄지 말지 격론을 벌이던 이들에게서 눙쳐뒀던 결혼 생활의 비밀이 슬슬 비쳐 나온다.

이 극을 초연했던 극단 로뎀은 이번 무대에서는 서갑숙, 이연희, 조경숙 트리오로 출연진을 바꿨다. 하상길 연출. 6월 18~27일, 극장 용. 1544-5955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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