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리스크'가 시장을 강타하면서 재계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직간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원ㆍ달러 환율이 35.5원이나 급등했지만 수출기업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가격 상승에 따라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엔 "남유럽 재정위기에다 북한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전반적으로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SK에너지 관계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항공업계와 해운업계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국적 항공사들은 북한 영공을 우회하면서 미주와 사할린노선은 30분, 러시아노선은 1시간 정도 운항시간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원료비용도 추가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직은 업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전반적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운업계도 국가정보원이 테러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함에 따라 국적 외항선 전체에 대해 국제선박보안등급(IPSS)을 2등급으로 올렸다. 특히 북한 우호국가의 항만에 입항할 경우 자체 점검 기준을 강화하는 등 긴장의 수위도 높아졌다.
물론 대다수 업체들은 일단 차분한 분위기다. 하지만 사태의 장기화 여부에 대해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CJ 관계자는 "단기적인 환율 변동이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환율 관련 모니터링과 분석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한 조선업체의 임원도 "북한 리스크가 커지면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벌써부터 내부적으로 예상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