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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 대북제재 이후/ 나라 안팎 동시다발 악재…바닥 뚫린 주가·천정 뚫린 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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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 대북제재 이후/ 나라 안팎 동시다발 악재…바닥 뚫린 주가·천정 뚫린 환율

입력
2010.05.2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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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금융시장 패닉은 유럽(재정위기)과 북한(지정학 리스크)이 화학작용을 일으킨 결과다. 물론 어디까지가 유럽악재 때문이고, 또 어느 정도가 북한악재 때문인지 명료하게 구분 짓기는 힘들지만 천암함 사태 이후 한반도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는 것 만큼이나 금융시장 내 '북한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공포가 커진다

이날 국내 금융시장은 전날 스페인의 저축은행 국유화 조치와 뉴욕 증시 급락의 영향을 받으며 힘들게 출발했다. 스페인의 조치는 그 동안 지지부진하던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었으나, 시장에서는 오히려 '그리스뿐 아니라 스페인도 어렵다' '재정위기가 민간금융기관으로까지 번진다'는 불안감을 확인시켜주는 계기로 작용했다.

유럽악재로 하락 출발한 주가, 그리고 상승세로 시작한 환율은 오전 10시40분께 북한의 전투태세 돌입 뉴스가 전해지자 순식간에 폭을 키웠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군에 만반의 전투태세에 돌입하라고 명령했다"는 한 탈북자 단체의 주장이 전해지자, 시장은 순식간에 '전쟁공포'에 빠져들었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소행으로 확정 발표된 뒤에도 별로 부각되지 않았던 '안보리스크'가 마침내 폭발한 것이다. 불과 7분 사이에 환율은 30원 가까이 치솟으며 1,272원까지 올랐고, 코스닥은 8%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과거 북한 리스크보다 강했다

이날 금융시장의 변동폭은 과거 북한 리스크가 부각됐을 때보다 매우 큰 편이었다. 지난해 7월 김정일 위원장의 암 투병설과 함께 북한 체제의 급변 가능성이 제기됐었을 때(주가 3.5% 하락)보다는 덜했지만, 2006년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2.4%)이나 1994년 6월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 선언(-1.1%) 당시보다는 낙폭이 훨씬 컸다. 게다가 예전과 달리 금융시장이 안보리스크에서 금방 벗어날 것이란 낙관적 전망도 줄었다.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로 투자심리가 매우 나쁜 상태에서 이번 리스크가 돌출되었기 때문에 파괴력이 더 컸다고 풀이했다. 이날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는 무려 5,875억원에 달한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천안함 침몰이 처음 발생했을 때만 해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한국 주식을 사는 등 투자심리가 매우 좋았지만 최근에는 유럽위기의 글로벌 확산 우려로 투자심리가 극도로 약해져 있는 상태여서 북한 리스크에 시장이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남북긴장의 강도가 과거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포동 미사일 발사, 서해교전과 때는 사건이 단발성에 그치며 시장이 금방 회복됐지만 이번에는 남북 간 긴장이 계속 누적되니까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의미한 전망

시장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주가나 환율 전망이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보고 있다. 현 사태가 어디로 치달을지 예상키 어렵기 때문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시장이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 상황에 따라 반응하고 이 정치상황도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얼마 후면 금융시장이 정상을 찾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급등으로 외환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임에도 채권시장이 비교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량 이탈 가능성이 낮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날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05%포인트 하락하는 등 강세를 보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부총재는 "환율, 주가와 달리 채권시장이 안정적인 것을 보면 우리 경제의 양호한 기초 여건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믿음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신민영 실장도 "과거 외환위기나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보다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나 금융기관 외화유동성이 나아진 상태여서 설사 외국인들이 빠져나가더라도 어느 정도는 대응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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