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전 창작된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은 여전히 매혹적이었다. 곡선을 살린 무용수의 팔 동작은 고풍스러운 한국무용을 닮았고, 고전발레에 충실한 다리 동작은 묵직하고 깔끔했다. 특히 시대를 반영해 새로 삽입한 수중발레 영상은 시간과 무대의 한계를 단번에 뛰어넘으며 현대발레의 또 다른 갈래를 개척한 느낌이었다.
막이 오르기 전, 문훈숙 발레단장이 새로 추가한 프롤로그에 9년 만에 출연했다. 과거를 회상하는 중년의 심청 역을 맡은 문 단장은 토슈즈 대신 꽃신을 신고 한국적인 춤사위를 주로 선보였다. 이밖에 전체적인 안무는 1986년 버전에서 거의 바꾸지 않았다.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도 그대로였다.
최근 100억원대의 예산을 자랑하는 국립발레단에 비해 다소 활기를 잃은 듯했던 유니버설발레단은 그들의 대표 레퍼토리인 ‘심청’에서 기력을 완전히 회복한 모습이었다. 1막 인당수 장면에서 선보인 선원들의 군무는 특히 압권이었다. 이현준의 주떼 마네쥬(다리를 180도로 들어 점프하면서 원을 그리는 동작)와 발레리노들의 뜨랑레르(제자리에서 두 바퀴 돌고 착지하는 동작)에 관객들은 저절로 박수를 터뜨렸다.
1, 2막에 사용된 심청과 용왕의 수중발레 영상 또한 이목을 끌었다. 발레단은 “독일 현대무용가 샤샤 발츠가 비슷한 시도를 한 적은 있지만 이는 국제 무대에서도 매우 드문 일”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푸른 물에 흰 치마를 드리운 영상은 충분히 매혹적이었다.
하지만 안무와 음악이 지나치게 친절한 나머지, 작품은 후반부로 갈수록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주입하려 하고 있었다. 급기야 심봉사가 눈을 뜨는 3막은 아동극에 가까워졌다. 물론 감정 표현이 확실한 음악과 안무는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현장성이 생명인 공연에서 관객 스스로 채울 부분이 없다면 함께 호흡하기도 어렵지 않을까.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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