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김옥신 사무총장의 사퇴로 내홍에 휩싸였다. 김 총장은 지난해 7월 새로 임명된 현병철 위원장과 각종 현안에 대해 갈등을 빚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인권단체들로부터 오히려 '덜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김 총장마저 현 위원장과 의견충돌을 빚어 왔고, 결국 이를 견뎌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인권위의 역할에 깊은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현 위원장 취임 이후 내부 논란의 핵심은 '사법부 독립성 문제'로 압축돼 있다. 국가정보원의 박원순 변호사 상대 명예훼손 소송, 사형집행 가능성 시사와 보호감호제 부활 추진, 용산 참사와 MBC PD수첩 재판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해 인권위가 침묵해 왔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인권위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며 스스로 의견 개진을 회피하다가 인권위의 독립성을 포기하고 있다는 지적을 자초했다.
인권위원회법은 '법원의 담당 재판부 또는 헌법재판소에 재판이 계속 중인 사안에 대해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제28조)'고 명시하고 있다. 정권이나 사법부ㆍ입법부의 눈치를 보지 말고 인권의 관점과 기준으로 의견을 제출하라고 존재 이유를 명시한 대목이다. 판례나 법리에 따라 사안을 판단하지 말고 인권이라는 최고의 잣대를 적용하라고 만든 기관이다.
그런데 할 일을 하지 않아 정부 각 기관이 인권위의 권고를 무시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올해 초 서울마포경찰서 경관들이 개인의 집을 방문해 동의 없이 캠코더를 촬영한 것에 주의조치를 했으나 서장으로부터 묵살 당했고, 엊그제는 지난해 쌍용차 평택공장 농성 당시 경찰이 과도하게 농성장을 봉쇄해 인권을 침해했다고 경찰청에 재발 방지를 권고했으나 거절 당했다.
인권위는 대내외적으로 중요한 국가기관이다. 그런데 현 위원장 체제 이후 '대통령 직속'의 의미를 정권이나 정부 부처의 의지에 영합하는 뜻이라고 여겨 스스로 몸을 숙이니 존재 이유를 인정 받지 못하게 됐다. 김 총장 사퇴 파문을 계기로 '인권에 무관심한 인권위'라는 오명을 벗을 대책을 근본적으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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