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청주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내 중심가로 향하려고 잡아탄 택시 안에서 선거 얘기를 꺼냈다.
"아, 투표함을 열어 봐야 알 거유". 택시기사 이철호(43)씨는 무덤덤하게 정답을 말했다. 다시 물었다. "현직인 정우택 후보가 약간 우세한 것 같은데, 하지만 이쪽에는 국회의원이 죄다 민주당이라 이시종 후보가 셀 것 같기도 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나라당 정우택 후보와 민주당 이시종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충북지사 선거. 이날 하루 종일 오락가락한 빗줄기 속에 뿌옇게 낀 안개마냥 이곳의 표심은 예측불허였다. 최근에는 정 후보가 이 후보를 5~10%포인트 정도 앞서는 것으로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다. 하지만 야당 성향 '숨은표'등을 감안하면 박빙의 승부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24일에는 민주당 지도부가, 25일에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차례로 이곳을 찾아 지원유세를 펼쳤다. 격전지라는 방증이다.
현장의 목소리도 엇갈리고 있었다. 충북 인구의 40%가 살고 있는 청주. 중심가인 도청 앞 남문로에서 옷장사를 하는 박모(43)씨는 "정우택씨가 경험도 있고 인물도 괜찮아 인기가 있는 편"이라며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인가 뭔가 유치도 하고 일도 제대로 하려는 것 같더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충북 제일의 시장인 육거리시장에서 만난 건어물가게 주인 이관훈(67)씨도 "막상막하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지역발전이 되려면 여당이 돼야 한다. 충북 국회의원이 1명만 빼고 다 야당인데 도지사까지 야당이 되면 중앙에 가서 힘쓸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지역발전론'이다.
하지만 남문로 슈퍼주인 이영희(53)씨는 "있는 사람들은 한나라당 좋아할지 몰라도 우리 같은 서민들은 별로 그렇지 않다"며 "1번(한나라당)은 안 찍을 생각"이라고 했다. 이씨는 "물가도 오르고, 장사가 잘되나. 아무래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 후보의 국회의원 지역구인 충주에서는 그에 대한 지지가 좀 더 적극적이다. 충주 문화동에서 만난 위광복(55)씨는 "정권을 좀 견제하기 위해서는 민주당도 좀 커야지"라며 "세 번 충주시장을 지낸 이시종씨가 돼야 충주도 발전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른바 '정권 견제론'인 셈이다.
세종시 문제도 표심에 약간의 영향을 주고 있었다. 충주에서 금은방을 하는 김승교(32)씨는 "여당이 세종시 약속을 안 지킨다는 것 때문에 아무래도 민주당이 좀 나은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제천역 앞에서 지물포를 운영하는 이기동(63)씨는 "충북 북부지역 사람들은 세종시와 떨어져 있어 세종시 얘기를 별로 안 한다"고 했다.
충북 지역의 상당수 사람들은 낯선 사람에게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았다. 시장에서 만난 많은 아주머니들은 "먹고 살기 바빠 잘 몰러유"라며 손을 휘휘 내저었다. 승부 예측이 쉽지 않은 이유다.
정 후보 캠프 손인석 대변인은 "12~14% 포인트까지 우세하다고 본다"며 "일 잘하는 도지사의 인물론이 도민들에게 먹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 캠프 박종천 대변인은 "3%포인트 정도 격차까지 좁혔다"며 "지지도가 상승하는데다 숨어 있는 표도 있어 뒤집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보신당 김백규 후보 캠프 도승근 상황실장은 "당선권은 아니지만 진보정당의 정책과 가치를 알리는 차원에서 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ㆍ충주ㆍ제천=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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