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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복국을 먹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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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복국을 먹는 이유

입력
2010.05.25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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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걸린 복어를 보신 적이 있나요? 꽥꽥 돼지 멱따는 울음소릴 내면서 자신의 배를 힘껏 불립니다. 복이 크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하돈(河豚)이라고 합니다. 복어는 치명적인 독을 가진 생선입니다. 자주복어에서 분리된 테트로도톡신은 청산가리 1,500배의 독성이 있습니다.

끔찍하지 않습니까? 그 끔찍한 것을 '맛'으로 바꾼 것이 위대한 '사람'입니다! 복요리는 안심하고 먹는 음식입니다. 그래도 복어여서 가끔 경고는 줍니다. 탤런트 현석씨도 복어 독에 중독되어 한 열흘 고생한 것 같습니다. 최근 목포에서는 5명이 복어 독에 집단 중독되어 치료받고 있습니다.

이시영 시인도 오래전 포항에서 복어를 먹고 자꾸 잠이 왔다고 합니다. 주인이 죽지 않으려면 잠을 깨라 해서 포항에서 경주까지 걸어가면서 잠과 싸워 해독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한 언론인이 월드컵 기간에 복 중독으로 입원을 했는데 가족에겐 식물인간 같았던 환자가 깨어나서 입원실에 틀어놓은 TV를 통해 축구 결과를 다 들어 소상히 알고 있었습니다.

의식은 멀쩡해 의사들이 '기자 환자'를 욕하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위험 속에서 복국을 최고의 해장국으로 대접하는 것은 복어'독'이 술'독'을 푸는 데 최고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해장 모임은 복국 식당에서 있습니다. 속이 확 풀릴 것 같습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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