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성(姓)을 쓰기 시작한 나라는 중국이다. 현재 2,500여 개의 성이 있다. 가장 오래된 성은 '강태공(姜太公)'이 시조인 강(姜)씨. 우리나라에서는 한자문화가 유입된 삼국시대부터 성이 사용됐다. 당시의 성은 불과 20여 개였지만, 중국을 자주 왕래하던 왕족과 귀족 등 특권층이 주로 썼다. 고려 태조 왕건이 개국공신과 지방 토호들을 장악하기 위해 성을 하사하면서 성씨 체계가 확립됐고, 고려 중엽 성이 있는 사람에게만 과거 응시 자격을 부여하면서 널리 사용됐다. 성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조선 후기로, 1782년 간행된 에 따르면 전국에 496개의 성이 있었다.
■ 1909년 민적법(民籍法)이 시행되면서 모든 사람이 성을 갖게 됐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03년 현재 토착 한국인의 성은 286개, 귀화인의 성은 442개. 외국인의 한반도 이주는 중국 한(漢)나라에 대항하다 고조선으로 망명한 위만(衛滿)에서 시작된다. 가야 수로왕과 혼인한 인도 아유타국 공주 허왕옥, 원나라 제국공주(원 세조 쿠빌라이의 딸)를 따라온 아랍인 장백창, 조선의 문물을 흠모해 조총 기술을 전한 왜장 사야가(김충선), 조선 인조 때 제주에 표류해 화약기술을 전한 네덜란드인 벨테브레(박연) 등이 대표적인 귀화인이다.
■ 최근 외국인이 대거 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1986년 아시안게임 이후. 필리핀 출신 가정부를 시작으로 3D 업종에 외국인 취업이 크게 늘었고, 2000년대 들어서는 결혼 이민이 급증했다. 귀화 외국인이 성과 본(本)을 새로 만들어 등록하면서 몽골 김씨, 태국 태씨, 대마도 윤씨 등 희귀 성씨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성씨 중 가장 적은 것은 '도시'씨로 프랑스 출신 방송인 이다도시(41ㆍ여)가 유일하다. 86년 귀화한 이참(56)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시조인 '독일 이씨'도 1남1녀의 자녀를 포함해 3명에 불과하다.
■ 국내에 사는 외국인은 118만명에 달한다. 1999년 156명이던 귀화인이 지난해 2만5,044명으로 160배 이상 늘어났다. 국내 성씨의 뿌리를 조사한 결과 귀화인이 인구의 절반에 육박한다는 보고도 있다.'단일민족 국가'라는 교과서의 주장을 무색하게 한다. 실제 우리 조상들은 한반도에 들어온 이민족을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동화시켜 선진문물을 흡수하고 국력을 키우는 계기로 활용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아 문호 개방을 통한 다문화사회로의 이행은 불가피하다.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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