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는 한때 '빅10' 안에 너끈히 들었던 대학이다. 경기 수원에 본교가 있지만 웬만한 서울 소재 사립대를 능가했다. 공학계열과 의학계열, 경영계열 중심의 실용학문이 아주대를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각인시켰던 것이다. 학교의 주인이었던 재벌 기업이 휘청거리면서 덩달아 침체의 나락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아주대가 다시 도약을 시작했다.
박종구 총장 직무대행이 중책을 맡았다. 3월부터 아주대를 이끌고 있는 그는 원래 이 학과 경제학과 교수 출신이다. 10년이 넘게 정부 일을 하는 바람에 관료로 아는 이도 있지만 경제 학자다. 현 정부의 초대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을 끝으로 '외도' 11년만인 지난해 친정으로 복귀했다. 이번엔 교수가 아닌 대학 경영자로 변신했다.
박 총장은 2013년까지'국내 10대 대학 진입'을 다시 이뤄내고, 개교 50주년이 되는 2023년까지 세계 100대 대학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겠다고 했다. 이런 자신감의 원천이 궁금했다."실용∙융합학문이야말로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대답을 대신했다.
_융합학문이 왜 대학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보는지요.
"(학문 간)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볼까요. 금융공학부, 미디어학부, 문화콘텐츠전공 등은 교수와 학생들도 놀랄 정도로 효과가 대단해요. 특히 게임 애니메이션 등이 가미된 미디어학부와 문화콘텐츠전공은 인문 분야와 자연 분야를 잘 버무린 일종의 '통섭' 학문입니다. 학생들의 반응이 아주 좋은 건 물론이고 교수들도 연구력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요."
_약대를 유치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까요.
"그렇게 봐야해요. 사실 약대야 말로 단독으로 가선 안 되는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약대 유치를 계기로 의학과 약학을 연계시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요. 아주대의 의학, 화학공학, 생명공학, 생명과학, 분자과학 등은 유관학문으로 연구성과가 우수해요. 내년부터 약대가 설립되면 아주대의료원과 연계해 연구 및 임상실험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요."
아주대의 대학 이념 중 하나는 '실사구시(實事求是)'다. 박 총장이 융합학문과 실용학문에 남다른 의욕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그는 "세계 수준의 대학에 융합학문은 하나의 커다란 흐름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융합학문을 거슬러선 대학 경쟁력 강화는 요원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_약대의 활용에 대해 여러 대학들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약대가 약사만 배출하는 시대는 오래 전에 지났어요. 약학이란 학문을 다각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봐요. 아주대의 경우 약대를 특화시킬 생각입니다. '신약개발중개연구센터'를 곧 만듭니다. 이 센터는 기초연구기관과 임상연구기관을 이어주면서 신약개발연구를 하게돼요. 대형 제약회사들이 센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아주대와 인접한 광교테크노밸리와 공동 사업도 가능하다고 봐요. 신약 및 의료기기 분야의 R&D(연구개발) 역량을 갖고 있는 광교테크노밸리와 아주대 임상분야가 결합한 결과는 매우 희망적이라고 판단해요."
박 총장은 광교테크노밸리 사업을 위해 본부와 아주대의료원이 함께 참여하는 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의대와 약대 등 실용학문들도 공동 연구에 뛰어들 예정이다.
_교수 강의평가 결과를 모두 공개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대학을 이끄는 큰 축인 교수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봤어요. 강의평가 결과가 학생들에게 낱낱이 공개된다면 수업의 질은 자연스럽게 향상될 겁니다. 또 학생 입장에서는 다양한 교과목들에 대한 학습 선택권이 확충되는 효과도 나타나게 된다고 믿고 있어요."
_강의평가 결과만 알려준다고 교수들의 경쟁력이 높아질까요.
"물론 그렇지 않을겁니다. 다른 요소들도 함께 시행돼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어요. 사실 교수들의 연구실적은 경쟁력과 정비례하는 핵심적인 부분이에요. 연구를 독려하기 위해 교수 개개인의 연구실적을 반영한 능력별연봉제를 올해부터 도입했어요. 한국연구재단이 공개하는 각 대학 연구실적이 근거 자료입니다. 이를 토대로 전공별 국내 상위 20개 대학을 선정한 뒤 아주대 해당 전공교수의 실적을 비교해 연봉을 책정하는 방식이에요."
_모든 교수들이 대상인가요.
"일단 신임 교원에 한해 적용하고 있어요. 기존 교수들도 원할 경우 능력별연봉제를 할 수 있어요."
아주대는 최근 대학장기발전계획인 '2023 아주비전'을 마련하면서 우수 연구그룹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경쟁력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융합학문 분야를 중심으로 '별동대'식의 연구그룹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박 총장은 "우수 연구그룹으로 선정되면 연간 수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_롤 모델로 삼고 있는 외국 대학이 있나요.
"벤치마킹하는 미국의 대학들이 여럿 있어요. 미국 대학이 교육시스템 측면이나 연구실적 등이 우수하기 때문에 참조를 하는 것이지요. 칼텍(캘리포니아공대)을 눈여겨 보고 있어요. 칼텍은 사립 공대로 과학과 공학 부문에서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어요. 아주대와 궁합이 맞아요. 칼텍 외에도 홍콩과학기술대, 싱가포르국립대 등도 배울 점이 많은 대학이에요."
_교수 연구력 못지 않게 교육도 아주 중요한 경쟁력 지표로 떠올랐습니다.
"학생들에겐 고강도 교육을 실시합니다. 취업경쟁력을 높이려면 그 방법 밖에 없어요. 아주대는 학점이 짜기로 소문나 있어요. 그만큼 엄격하게 학사관리를 하고 있다는 얘기지요. 이런 부분이 졸업생들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_어떤 방식으로 교육의 강도를 높이게되나요.
"강도 높은 영어교육을 실시할 예정이에요. 의사소통능력을 강화시키는 데 초점이 모아질 겁니다. 또 신입생들에 대해 영어배치고사를 치르고, 하위 10%는 교양영어 보습교육도 하게돼요. 의사소통능력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영어강의 비율도 늘어날 겁니다. 2012년까지 영어강의를 22%까지 확대할 예정이에요. 경쟁력 있는 학부 또는 전공을 더욱 많이 육성해 우수 외국인 학생도 유치할 계획도 갖고 있어요."
박 총장은 '캠퍼스의 글로벌화'에 의욕을 보였다. 민자기숙사를 만드는 것도비슷한 이유로 여겨졌다. 2012년에 1,000명을 수용하는 민자기숙사가 문을 열게 된다. 그는 "외국 출신 학생에게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_국내 우수 학생은 어떤 방식으로 확보하고 있나요.
"우수 학생 유치 작업은 본격화한 단계라고 보면 됩니다. 전국의 주요 도시를 돌면서 직접 설명회를 갖고 있어요. 아주대는 전형적인 '강소(强小) 대학' 입니다. 학교 규모는 작지만 모든 학문 분야가 특화해 속이 꽉 차 있다는 것이지요. 학생들에게 이런 점을 중점적으로 알리고 있어요."
_학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아무래도 취업이 아닐까요.
"많은 학생들의 목표가 취업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취업태스크포스를 발족시켰어요. 학부 단위별로 특색있는 취업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주요 기업체 인사담당 임원들을 정기적으로 초청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듣고, 여기에 맞게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머 그런 식이지요. 호응이 아주 좋습니다. 올해 아주대 정규직 취업률은 73%로 매우 높은 수준이에요."
_입학사정관제 평가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 전형 중 러프다이아몬드전형과 아주리더십전형은 전적으로 입학사정관제로 진행됐어요. 입학사정관제 대한 우려의 시각이 있었지만 아주대는 다양한 재능과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상당수 선발했다고 평가하고 있어요. 2011학년도 에는 러프다이아몬드 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을 오히려 늘렸어요. 창의력과 성취능력을 중요시하는 커리어로드맵이라는 새로운 전형도 개발했어요."
_입학사정관제 취지에 맞는 학생들을 선발했다는 의미인가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자평하고 있어요. 서류평가를 통해 비교과 부분을 중점적으로 검토했어요. 또 다단계 면접평가방법을 도입해 학생들의 대인역량과 학업역량, 인성역량, 적응역량 등을 고루 평가했어요."
박 총장은 학생들의 잠재적인 역량을 평가하는 데 특히 주안점을 뒀다고 했다. 이를 위해 'ACE'(Ajou Competency-based Exercise)라는 면접평가도구도 따로 개발했을 정도다. 그는 "입학사정관제는 선발의 공정성 및 신뢰성 확보가 생명"이라며 "'ACE'는 이런 측면에서 단비 같은 존재였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또 "입학사정관제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선 모집단위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한 전형을 확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_재정 문제를 풀 묘안은 없을까요.
"일부 대학들은 빼면 대다수 대학은 한정된 재원으로 넉넉하게 재정을 꾸려가지 못하고 있어요. 재원의 확보도 중요하겠지만, 마련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집행하는 부분도 이에 못지 않다고 봐요. 대학의 발전은 재원 투입을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행정 효율화와 함께 학생서비스 개선 등도 학교의 발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는 부분임에 틀림없어요."
박 총장은 대학이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은 자명하다고 했다. 아주대를'미래의 대학'으로 올려놓는게 목표라고도 했다. 그는 "대학이 사회의 수요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CEO(최고경영자)적인 리더십이 대학에 더욱 요구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터뷰=김진각 정책사회부 부장대우
사진=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