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3년생 최영찬(23)씨는 올 여름 대기업에서 인턴을 하기로 했다. 보통 4학년을 대상으로 인턴을 뽑는 터라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지만, 가만히 기다릴 수 없어 인턴이 가능한 모든 곳에 응시해 어렵게 자리를 구했다. 최씨는 "취업한 선배들이 동아리에 찾아와 특강과 상담을 해주는데 3학년 때부터 취업 목표를 정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말에 자극을 받았다"며 "당초 서두를 마음이 없었지만 자꾸 조바심이 들어 인턴을 통해 사회경험을 쌓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 대학 졸업생 오모(25)씨는 최근 수업이 끝나면 아르바이트와 학원을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이번 학기 마지막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오씨는 당장 하반기부터 구직에 나서야 하지만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는 얘기를 들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 오씨는 "주변 친구들도 취업 준비 학원비 때문에 돈이 많이 든다고 하소연 한다"며 "면접 시험에 응시하려면 외모를 가꾸거나 면접 의상도 구입해야 하는데 이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취업준비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 대학 4학년에나 가서 취업을 생각하던 예전과는 달리 3학년이 되기가 무섭게 본격적인 취업준비에 나서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2학년시절부터 취업준비에 매달리는 학생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취업준비를 위해 학문을 소홀히 하는 학생들도 생겨나고 있어 학문과 예술을 중시하는 대학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취업에 성공한 선배들 중 다수는 대학 3학년 때 취업 목표를 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이트는 최근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입사에 성공한 남녀 직장인 498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43%가 취업 목표를 결정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로 '대학 3학년을 꼽았다고 25일 밝혔다. 응답자 중 '대학 2학년'이라고 답한 사람은 34.7%였고, '대학 1학년'과 '대학 4학년'은 각각 15.3%, 7%로 나타났다.
대학시절 방학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52.6%가 3, 4학년 때 '인턴 등 기업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영어 문법ㆍ말하기 등 시험 자격증 취득을 위해 실력을 쌓아야 한다'(52.4%)는 답변을 선택했다.
구직자들의 지출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사람인은 최근 구직자 3,230명을 대상으로 면접 1회 지출비용에 대해 조사한 결과, 평균 5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비용구간별로 살펴보면 '1만~3만원 이하'(30.2%)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1만원 미만'(24.2%), '4만~5만원 이하'(18.6%), '6만~10만원 이하'(16.7%) 등의 순이었다.
특히 면접 지출비용은 구직자의 거주지에 따라 차이가 났는데,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구직자의 경우 평균 3만8,000원을 지출한 데 비해, 지방권은 평균 7만2,000원으로 집계돼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면접 준비 시 가장 많이 지출하는 항목은 '교통비'(41.1%)가 가장 많았고 '면접의상 구입비'(26.1%), '영어말하기 시험 응시료'(6.5%), '면접관련 서적 구입비'(5.3%), '헤어, 메이크업 등 미용비'(4.8%) 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취업 준비 연령은 해마다 내려가 이미 대학 3, 4학년뿐만 아니라 1, 2학년도 취업을 걱정하는 세상이 됐다"며 "학문의 전당이 돼야 할 대학이 취업 준비 기관으로 전락한 현실이 이번 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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