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탈루 금액만 6,000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탈세를 적발했다. 특히 이번 탈세 추적과정에서 고객비밀 절대보장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스위스은행의 비밀계좌에 숨겨 놓은 국내 기업인의 돈까지 찾는 데 처음으로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조세피난처 등에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기업자금을 불법 유출한 4개 기업과 오너를 6개월간 강도 높게 조사, 탈루소득 6,224억원을 찾아내고 총 3,392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고 24일 밝혔다.
국세청은 해외재산도피 행위에 대한 엄정대응 방침에 따라 지난해 11월 '역외탈세추적전담센터'를 설치, 외국 세정당국과 공조를 통해 역외 탈세조사 작업을 벌여왔다.
탈세기업 4곳은 ▦제조업체 ▦금융회사 ▦도매ㆍ무역업체 ▦서비스ㆍ투자자문업체 등 각 1곳 씩이다. 이들은 해외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만든 뒤 매출단가 조작 등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스위스 비밀 계좌로 빼돌리는가 하면, 해외 펀드투자로 위장해 기업자금을 나라밖으로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또 버진아일랜드나 말레이시아 라부안 같은 조세회피지역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5~7단계에 걸쳐 돈 세탁을 한 뒤 변칙적으로 재산을 상속하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특히 이번 조사 과정에서 국내 사정당국 사상 처음으로, 스위스를 비롯해 홍콩과 싱가폴 등에 개설된 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 나라들은 우리나라에 자국의 금융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자산가들의 대표적인 해외 재산 은닉처로 꼽혀 왔다. 국세청 관계자는 "그 동안 조세정보교환협정(TIEAs) 체결 지원, 국제탈세정보교환센터 (JITSIC)가입 등 역외탈세 추적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왔으며 이를 토대로 스위스와 홍콩, 싱가폴의 은행 14곳의 계좌를 조사해 입출금 내역 1억3,000만달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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