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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스타킹을 신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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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스타킹을 신는 동안

입력
2010.05.2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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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그럴 권리가 있다는 듯이

본처들은 급습해

첩의 머리끄뎅이를 끌고 간다

상투적 수법이다

저승사자도 마찬가지다

퇴근해 돌아오는 사람을

집 앞 계단을 세 칸 남겨놓고

갑자기 심장을 멈추게 해 끌고 가버린다

오빠가 그렇게 죽었다

전화를 받고 허둥대다가

스타킹을 신는

그동안만이라도 시간을 유예하자고

고작 그걸 아이디어라고

스타킹 위에 또 스타킹을 신고

끌려가고 있었다

● 길을 따라 걷다가 죽은 새를 봤습니다. 새는 하늘에서 곧장 땅으로 내리꽂은 것처럼 그렇게 죽어 있었습니다. 어떻게 사느냐보다 어떻게 죽느냐에 골몰했던 한 평생인 양. 뒤돌아보지도 않고 곧장 아래로. 마치 별이 떨어지듯이. 새와 마찬가지로 누구도 상투적으로 죽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마는, 차례로 연단에 올라가 조사를 읽는 사람들의 입술에서는 언젠가 한 번은 들어본 듯한,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하는 말들만 흘러 나올 뿐. 한 사람의 소멸 그 자체를 빼면 모든 게 기어이 상투적이어야만 하는 장례식의 풍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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