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대북 제재 조치 발표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과거 무력 도발 때와 달리 남측의 발표 하나하나에 즉각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한편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 인민군 전선중부지구사령관은 24일 "(남한 당국이) 심리전 수단을 새로 설치할 경우 그것을 없애버리기 위한 직접 조준격파 사격이 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군부의 공개 경고장은 이날 오후 1시11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알려졌다. 이날 오전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오전 10시)와 정부 관계 부처의 대북 제재 조치(오전 11시30분)가 나온 직후였다.
북한의 실시간 대응 징후는 20일 민군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침몰 원인 조사결과 발표 이후 뚜렷해졌다. 브리핑이 시작(오전 10시)된 지 30분 만에 북한 국방위는 "천안함 침몰은 완전한 날조극"이라며 검열단을 파견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국방위 성명은 "아무런 물증도 없이 천안함 침몰 사건을 우리와 억지 연계시킨다"고 언급, 어뢰의 한글 표기 등 '결정적 증거'를 제시한 합조단의 발표에 앞서 미리 준비된 듯한 인상을 풍겼다.
북한은 천안함 사태 조사결과를 인지한 21일, 대남 위협을 한층 끌어 올렸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나서 "북남관계 전면폐쇄, 북남불가침 합의 전면파기, 북남협력사업 전면 철폐 등으로 맞서겠다"고 경고했다. 조평통 대변인 성명은 대북 제재안을 논의할 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예정된 오전 8시에 맞춰 보도됐다.
북한의 위협 수사도 '전면전쟁→북남관계 폐쇄→조준격파 사격' 등으로 구체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북 제재 조치의 윤곽이 드러날수록 북한도 그에 맞춰 대응하는 식이다.
북한은 한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공세도 늦추지 않았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21일 "도발행위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야 한다"고 말하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은 우리 공화국을 고립 압살시키려는 적대시 정책을 변함없이 추구하고 있다"고 곧바로 맞받아쳤다.
북한의 발빠른 대응은 언뜻 좌충우돌하는 모습으로까지 비친다. 그만큼 북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합조단이 어뢰 잔해를 찾아내며 구체적 물증을 들이밀자 북한은 깜짝 놀랐을 것"이라며 "북한이 천안함 침몰 이후 한 달 가까이 침묵했던 점만 봐도 최근의 다급한 처지가 읽혀진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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