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는 칸 영화제 최우수각본상을 수상하는 개가를 올렸지만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조희문) 공모에서 두 차례나 탈락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영화 '시'는 영진위가 국제 경쟁력이 있는 감독들을 위해 지난해부터 시작한 '마스터영화' 제작지원 사업(현금 4억원, 현물 2억원 지원)에 응모했다.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 올리기'가 선정된 지난해 6월 1차 공모에서 '시'는 한 심사위원으로부터 0점을 받는 수모를 겪었다. 이에 대해 영진위 관계자는 "완성된 각본을 제출하지 않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듯하다. 0점은 최종 심사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두 번째 공모에선 1991년 '사의 찬미'를 만든 이후 작품 활동이 중단된 김호선 감독에게 밀렸다. 당시 심사평은 "지원 작품들의 시나리오 개발 수준이 영진위가 실시하는 다른 시나리오 공모 사업에 비해 떨어지는 작품들이 많았다"고 밝히고 있다.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각본상을 거머쥐게 될 '시' 각본의 완성도를 간접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각본의 완성도가 높다는 소문이 돌던 '시'의 영진위 공모사업 탈락을 두고 영화계에선 "참여정부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이 감독의 경력을 감안한 심사 아니냐"는 음모론이 떠돌았다. '시'의 금전적 출구는 해외에서 뚫렸다. 프랑스의 영화사 디아파나가 프랑스 배급권에 대한 대가로 35만 달러를 투자하며 숨통이 트였다.
이 감독의 친동생인 이준동 파인하우스필름 대표도 '시'에 힘을 보탰다. 이 감독의 '오아시스' 제작총책임을 맡기도 했던 이 대표는 '인어공주'와 '두 번째 사랑', '물 좀 주소' 등을 제작한 중견 영화인이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오전(현지시간) 칸 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이 감독을 관객 입장에서 가장 좋아하고 존경한다. 제작자로서 삶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며 성찰하는 그의 영화를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칸=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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