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으로 출연한 영화만 506편에 달하는, 말 그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 신성일(73)이 26일부터 2주간 방송하는 MBC 4부작 수목드라마 '나는 별일 없이 산다'에 출연한다. 1993년 '여자의 남자' 이후 17년 만이다. 게다가 멜로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았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70대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활기가 넘쳤다. 그는 "두 자리 시청률 내 봅시다"라고 운을 떼며 이번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속으로 말할 수 없이 행복했고, 쾌재를 불렀다"고 말했다. 또 "나에게 기회가 왔구나. 놓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했다고도 했다.
그는 오랜만의 연기가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비록 그 동안에 국회의원도 하고 영화 제작도 했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써주지 않으니까 출연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자기 직업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 스스로 자신을 믿을 수 있도록 단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발의 머리카락과 주름만이 그의 나이를 짐작케 할 뿐,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젊은 연기자 못지 않았다. 그는 건강 관리 비결에 대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 세 끼 밥 잘 챙겨 먹는 것" 등을 꼽았다. 또 "하루에 웨이트 트레이닝도 세 시간 정도 한다"며 팔뚝에 힘을 줘 보이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칸 영화제에서 영화 '시'로 각본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의 아내인 작가 이정란씨가 극본을 쓴 것으로도 화제가 됐다. 기획 단계부터 신성일을 주인공으로 염두에 두고 쓴 드라마다. 극중 배역 이름도 신정일이고, 나이도 72세로 거의 비슷하다. 그 스스로도 "실제 제 모습과 배역이 50%이상 닮았다"고 했다.
그는 극중에서 5개월 시한부 삶을 살면서도 열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상대역은 32세 연하의 하희라가 연기한다. 키스신도 볼 수 있다. 그는 "드라마의 중심은 멜로 드라마"라며 "비록 나이 차가 많이 나지만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면 어색하지 않다"고 했다. "그 동안 118명의 여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었던 것도 여자 주인공을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이야기가 공중에 떠 있고, 막장을 탈피하려니 재미가 없어져 끝까지 보기가 힘들더라"고 했다. 특히 "나이든 사람들이 볼 드라마가 없다"면서 "이 드라마는 노인네 얘기지만 삶에 비굴하지 않고 죽음과 사랑 앞에 당당한 이야기를 다뤄 그들에게 대리만족을 줄 수 있고,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주제가 있어 차별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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