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에 매우 약하므로 강 중ㆍ상류의 1~2급수 맑고 흐름이 느린 물의 수초 주변에서만 산다. 사람이 손을 댄 강바닥이나 저수지 물에서는 살지 못한다. 주로 물 속 곤충을 먹고 살며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 분포한다. 등쪽이 어둡고 배쪽은 은백색이다. 몸 길이는 최대 20cm 이내로 작아 모양, 크기가 언뜻 피라미와 닮았다. 그래도 명색이 잉어 종류여서 영어이름도 검은 잉어(dark chub)다.' 민물고기 '갈겨니'에 대해 자연도감과 인터넷 등의 단편적인 정보를 모은 내용이다. 회나 매운탕 거리로 맛이 괜찮다는 소개도 있다.
■ 물고기에 웬만큼 상식이 깊은 이가 아니고선 이름도 생경한 토종어류 갈겨니가 뜬금없이 논란의 소재가 됐다. 서울시가 청계천 수질개선 효과에 따라 자연유입된 대표적 토종어류로 갈겨니를 든 데 대해 환경단체가 발끈, 갈겨니는 섬진강 수계의 어족으로 청계천에 존재할 수 없는 인위적 방사의 결과일 뿐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때문이다. 환경단체는 갈겨니 뿐 아니라 최근 청계천에 대한 자체 현장조사에서 발견된 줄납자루, 가시납자루 등 다른 민물어종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모두 청정하천에서 사는 물고기들이다.
■ 우선 서울시의 주장은 한 눈에 봐도 코미디다. 알다시피 청계천 5.8km 구간을 흐르는 하루 12만 톤의 물은 자양취수장에서 걸러진 한강물과 인근 지하철역 주변의 지하수를 강제 공급하는 것이다. 당연히 깨끗할 수밖에 없다. 당초부터 수질이 좋아졌느니 마니 얘기할 여지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굳이 수질 개선을 통한 생태계 복원 주장까지 치닫는 건 너무 나간 것이다. 청계천은 도심의 물길을 다시 보게 된 정도로 족하다. 수질 개선을 말하고 싶으면 차라리 청계천 맑은 물이 합수하는 중랑천의 물을 얘기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다.
■ 환경단체의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다만 서울시 주장의 허구를 논박하는 선에서 그쳤으면 더 좋을 뻔했다. 무지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말한다면 생태계 교란까지 언급한 건 평소의 청계천 어항론 주장과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어항에서야 섬진강 물고기가 아니라 열대어를 키운들 문제일까. 갈겨니를 대형 포식어류인 배스의 생태교란과 비교한 것, 나아가 이 정도 문제로 대통령 사과까지 요구한 대목은 쓴웃음을 짓게 한다. 문제를 무작정 확대하면 도리어 힘을 잃기 마련이다. 우리사회 논의구조에서 자주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이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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