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이 불타는 걸 보니 행복했다. 부자들도 우리 같은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이 뭔지 느껴야 한다."
두 달 넘게 이어진 '레드셔츠'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고향인 북부도시 치앙마이에 돌아온 파리차르트(여ㆍ52)씨는 23일 AFP통신에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두 아이의 엄마로 생업인 마사지일 마저 팽개치고 시위에 나섰다가 집세가 밀려 홈리스 신세가 된 그는 "잠시 일을 해서 돈을 모은 뒤 다시 방콕거리로 진출할 것"이라고 전의를 다졌다.
반정부 시위대가 해산된 지 5일이 지난 24일 현재 태국은 외견상 평온을 되찾고 있다. 하지만 불투명한 정치 일정 속에 언제든지 시위재개 가능성이 남아있는 등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우선 시위대에 대한 진압작전이 벌어진 지난 19일을 전후해 폐쇄됐던 공공기관과 은행, 학교 등은 이날 다시 문을 열었고, 대중교통도 모두 정상화했다. 태국 정부는 이번 시위사태로 올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4∼5%)보다 0.5%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보고, 긴급 예산을 투입해 시위 때문에 피해를 본 기업 및 개인들을 지원키로 했다. 외국 기업 및 투자자들도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정치불안은 지속돼 태국의 장래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반정부 시위대의 요구사항으로 정국 안정의 분수령이 될 의회해산과 조기총선 실시 여부에 대해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급기야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최대 야당 푸에아타이당은 24일 종리와 수텝 타웅수반 부총리 등 5명에 대한 의회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위대가 지하운동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다음달쯤 대규모 시위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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