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에 복귀한 이건희 삼성 회장이 국제 경제계 인사와 잇따라 만나고,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 놓는 등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 회장은 24일 서울 한남동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하워드 스트링어 소니 회장과 만찬을 가졌다. 이 회장은 이날 스트링어 회장과 양사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 등에 대해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소니에 1990년대부터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고, 2004년 7월에는 자본금 2조1,000억원의 LCD 패널 제조사인 ‘S-LCD’를 함께 세워 운영해 올 정도로 돈독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자본금 2조1,000억원인 S-LCD는 삼성전자가 지분의 50%+1주, 소니가 50%-1주를 보유하고 있고, 등기이사에는 이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도 올라 있다.
이에 앞서 이 회장은 6일 요네쿠라 히로마사 일본 게이단렌(經團聯) 차기 회장과도 승지원 만찬을 가졌다. 그는 당시 “삼성이 최근 몇년간 좋아졌지만 아직 일본에서 배워야 할 것이 있고, 협력할 분야도 많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잇따라 대규모 투자 계획 등도 발표하고 있다. 그는 10일 승지원에서 신사업 관련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태양전지,자동차용 전지,발광다이오드(LED),바이오 제약,의료기기 등 5개 분야를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결정한 뒤 향후 10년간 이들 사업에 모두 23조원을 투자키로 확정했다. 17일에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메모리 16라인 기공식에 참석, 반도체 및 LCD 부문에 모두 26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내 놓았다.
이러한 이 회장의 행보는 그가 3월24일 경영 복귀 당시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강조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이 회장은 당시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고 앞으로 10년 내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도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며 “지금이 진짜 위기다”라고 강조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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