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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완간한 허영만 "제철 기다려서 먹는 음식 맛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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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완간한 허영만 "제철 기다려서 먹는 음식 맛이 진짜"

입력
2010.05.2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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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음식 귀한 줄 몰라요. 하우스 재배로 어느 때나 수박을 먹잖아요. 떠난 연인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제철을 기다려야 진짜 음식 맛이 나죠.”

27권 냉면편으로 만화 을 완간한 작가 허영만(63) 화백이 24일 서울 태평로 파이낸스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그는 “초등학생 독자가 엄마에게 ‘지금 이 음식 먹을 때가 아닌데요’ ‘왜 음식에 조미료를 넣느냐’고 했다는 얘길 들었다”며 “사람들이 식객을 통해 제철에 나는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식객은 전통 궁중요리의 맥을 이어가는 대령숙수의 후계자를 놓고 두 남자가 팔도 강산의 갖가지 음식 요리 대결을 펼치는 줄거리로 2002년 9월 첫 선을 보였다. 단행본이 그간 300만부 넘게 팔렸고,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됐다.

식객의 성공은 철저한 사전 조사 덕이었다. 허 화백은 3년간 현지 취재 등을 통해 A4용지 1만장, 라면 박스 세 상자 분량의 사진과 음식자료를 모았다. 그는 “매년 송이 취재를 계획했다가 기상 변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까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27권 안에는 음식에 얽힌 135개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그 가운데 허 화백이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굴비 장아찌(고추장 굴비 편)’. 그는 “어릴 때 굴비 장아찌는 귀한 음식이었는데 그 냄새가 짙고, 낮은 담 사이로 퍼져 이웃의 눈을 피해 몰래 먹을 수 없었다”며 “요즘은 폐쇄된 공간에 살아 그런 정을 나눌 수 없는 것 같아 굴비장아찌를 소재로 정을 나누며 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냉면을 식객의 마지막 소재로 채택한 이유로는 “10명에게 물으면 10명 모두 달리 말할 정도로 호불호가 명확할 뿐 아니라 함흥냉면 평양냉면 진주냉면 등 지방마다 요리법도 다양해 꼭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고 답했다. 허 화백은 최근 화두인 한식의 세계화에 대해서도 “무조건 많이 알리는 것보다 우리의 것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며 “스테이크 주문 시 고기 굽는 정도를 미리 물어보는 것처럼 한식도 맵게, 싱겁게 등 간의 정도를 미리 물어볼 수 있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칭기즈칸을 소재로 한 (가제)을 후속작으로 준비중이다. “은 칭기즈칸의 아내가 적에게 붙잡혔다가 돌아와 낳은 맏아들 주치의 별명”이라며 “승자(칭기스칸)가 아닌 맏아들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전개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을 3년 정도 연재한 뒤에 기회가 되면 생선 위주의 음식이나 시장통을 무대로 식객을 다시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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