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鳩山) 일본 총리가 주일미군 후텐마(普天間) 기지를 사실상 기존 미일 합의대로 이전키로 하면서 천안함 사태 등 한반도 정세 불안을 중요한 이유로 꼽아 눈길을 끌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후텐마 기지를 이미 미일이 합의한 오키나와(沖繩)현 중북부 나고(名護)시 헤노코(邊野古) 주변으로 옮기기로 한 데 대해 “한반도, 아시아 정세를 생각했을 때 미일관계를 든든한 신뢰관계 위에 올려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전날 주민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오키나와를 방문해 오키나와 지사와 회담한 자리에서도 “현재의 한반도 정세를 보아도 알겠지만 지금의 동아시아 안전보장환경에는 아직 불확실성이 상당히 남아 있다”며 “해병대를 포함한 주일미군 전체의 억지력을 현시점에서 저하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태로 촉발된 한반도 정세 불안 때문에 후텐마 현외 이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어 “후텐마 비행장에 소속된 해병대 헬리콥터 부대를 오키나와에 존재하는 다른 해병대 부대에서 분리해 해외는 물론 현외로 이전하면 해병대가 갖는 기능을 대폭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현재의 안전보장환경 아래에서 (후텐마 기지의)대체지는 (오키나와)현내로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덧붙였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약 1만2,000명에 이르는 주일 미 제3해병원정군의 임무에 대해 진보 켄(神保謙) 게이오(慶應)대 조교수는 ▦북한이 붕괴할 경우 핵무기, 핵시설 제압 ▦대만이나 북한 유사시 미국인, 일본인 등 민간인 보호 ▦일본의 낙도 방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다쿠쇼쿠(拓殖)대 교수는 미 해병대 역할을 항공모함 타격부대의 일부로 해군의 작전에 필요한 육상거점과 유사시 지원부대의 거점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오키나와 해병대는 그 자체로 억지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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