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 마약왕의 미국 송환 문제를 둘러싸고 자메이카 수도 킹스턴이 거의 내전 상태에 빠졌다. 경찰서가 갱단에 공격당했고, 킹스턴 일대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23일(현지시간) 킹스턴 서부지역 4개 경찰서가 마약왕 크리스토퍼 코크(사진)의 갱단에 의해 공격을 받아 화염에 휩싸였다고 AP통신이 24일 보도했다. 거리에서 양측 사이에 교전이 벌어져 경찰관 2명과 민간인 한 명씩이 다쳤다. 코크가 거주하는 ‘티볼리 가든’일대는 전국에서 몰려온 갱 단원까지 합류했고, 이들은 주변 지역에 폐차와 철조망을 둘러 요새화했다.
브루스 골딩 총리는 킹스턴 서부와 세인트 앤드루스 일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주민들에게 소개령을 내렸다. 이 일대에서는 2001년에도 갱단과 경찰의 교전이 벌어져 시민 25명이 사망하고 군장병과 보안관이 각 1명씩 사망했었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미 법무부가 마약밀매 혐의로 코크의 송환을 요청하면서 예고됐다. 골딩 총리는 미국이 불법 도청으로 증거를 확보했다며 9개월간 송환을 거부해왔는데, 최근 비난여론이 커지자 입장을 바꾸면서 갱단과의 긴장이 고조됐다.
자메이카에서는 정치권과 갱단이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970~80년대 자메이카의 두 주요 정당이 킹스턴 서부 할렘가에서 표를 얻도록 하는데 갱단의 도움이 컸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골딩 총리는 미 정부의 송환요청을 취소하기 위해 미 로비회사까지 고용했을 정도다.
‘두더스(Dudus)’‘대통령’‘작은 사람(Small Man)’등의 애칭으로 불리는 코크는 코카인 밀매에 관여했던 악명 높은‘쇼어 포스(Shower Posse)’갱단 지도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갱단을 물려 받은 뒤 마리화나와 코카인을 뉴욕 등지에서 밀매시키며 조직을 더욱 키웠다.송환이 확정되면 그는 평생을 미국 감옥에서 보낼 가능성이 높다. 코크는 변호사를 통해 자메이카 대법원에 송환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소송을 낸 상태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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