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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육감 선거, 정치와 교육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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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육감 선거, 정치와 교육 사이

입력
2010.05.24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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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멀리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근대 정치사상에 기반을 둔 삼권분립 원칙보다 오래된 셈이다. 우리 헌법도 교육의 정치적 중립 원칙을 반영하고 있다.

한편 ‘교육과 정치가 서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교육학의 기본 지식에 속한다. 국가가 교육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국민교육 제도라는 현실이나, 시민으로서 정체성을 형성해주는 교육의 기능을 보아도 이는 분명하다. 그렇다면 불문율에 속하는 교육의 정치적 비당파성은 단지 논리적, 이론적 요청에서 나온 반사실적 명제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직선제 순ㆍ역기능 엇갈려

이처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실제의 차원에서는 상당히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교육감 선거만 봐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비록 교육위원과 교육감 후보자의 정당 소속이 금지되어 있고 특정 정파가 선거에 개입할 수 없게 되어 있지만, 선거 유세과정에서 벌어지는 후보자 간의 합종연횡을 보면 선거가 사실상 정파 간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당선 직후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보수 후보를 단일화하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한 것은 당파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음을 은연중에 고백한 것이기도 하다.

이번 교육감 선거가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독립성이 위태롭기는 마찬가지이다. 2007년 부산에서 시작된 교육감 선거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교육감 선거는 낮은 투표율 때문에 사실상 대표성을 상실한 것은 분명하다. 다행히 이번에는 교육감 선거가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되어 투표율은 다소 올라가겠지만, 유권자들이 과연 정당 소속이 분명한 지방자치단체 정치인과 교육감을 깔끔하게 구분하여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권자 각자에게 지방정부의 정치적 이슈와 교육적 이슈를 별개로 간주해 달라는 것은 과도한 요구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금의 교육감 직선제는‘교육정책의 정치화’ 현상을 정면 돌파하려는 제도로 볼 수 있다. 교육감 선출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중앙정부의 임명제를 탈피하여 지방정부의 간선제를 거쳐 교육청 관할 내 주민 의사를 직접 반영하는 직선제로 발전해왔다. 직선제의 순수한 취지를 이해하자면, 교육정책의 의사결정 과정을 교육 서비스의 소비자이자 주체이기도 한 지역 주민의 의사에 맡기겠다는 일종의 교육행정 및 정책의 합리화 방안으로 간주할 수 있다. 아마도 이것은 ‘교육정책의 정치화’가 지니는 순기능적 측면일 것이다.

문제는 제도 실시에서 역기능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점이다. 선거과정에서 불거지는 정파적 경향이나 과도한 선거비용, 유권자의 무관심, 선출 이후에 나타나는 각종 비리 등을 보면 직선제의 취지가 순탄하게 발휘되기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임명제나 간선제는 퇴행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미 직선제의 폐단을 지적하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러나 우리가 유념해야 하는 사실은, 교육감 직선제는 단순히 선출방식에 대한 기술적 접근의 결과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교육감 직선제의 법적 근거는 1991년 제정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로까지 올라간다. 요컨대 교육감 선출제도의 변천과정에는 교육자치제라는 거대한 사회 및 국가 발전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중앙정부 임명제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교육전문가에 의한 간선제를 거쳐 직선제로 바뀌어 온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간선제나 임명제로의 복귀는 제도적 퇴행에 가깝다.

결국 정치권에게 당장 부과된 과제는 직선제 정착을 위한 보완장치 마련일 것이다. 아울러 유권자는 좀 더 성숙한 참여의식을 발휘하여 교육감 후보를 선택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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