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별종'으로 불리는 홍상수(50) 감독이 영화 '하하하'로 5전 6기 끝에 크게 웃었다. 홍 감독은 22일(현지시간) 오후 열린 제63회 칸 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시상식에서 심사위원 5명 만장일치로 최고상인 '주목할 만한 시선 상'을 받았다.
주목할 만한 시선은 칸 영화제에서 본선 경쟁 부문과는 별도로 독창성을 지닌 작품들을 초청, 시상하는 부문으로 한국영화가 여기서 상을 받기는 처음이다. '하하하'는 네 명의 젊은 남녀를 통해 인간의 숨은 욕망과 허위의식을 까발리는 영화다.
시상식 직후 만난 홍상수 감독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는 "영화를 함께해준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고맙다. 지금까지 하던 식으로 계속 열심히 만들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1998년 '강원도의 힘'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오! 수정'(2001ㆍ주목할 만한 시선),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2004ㆍ경쟁), '극장전'(2005ㆍ경쟁),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9ㆍ감독주간)로 그동안 다섯 번 칸 영화제를 찾았으나 매번 빈손으로 돌아갔다.
홍 감독은 그러나 담담하게 "(칸에서 첫 수상한 감회가) 남다르지는 않다"며 "이 상이 다음 작품을 만드는데 어떤 식으로든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상과 관계 없이 원래 계획대로 다음 영화를 만들어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홍 감독은 또 "수상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다"며 "(노 개런티로 일해준) 배우들에게 어느 정도 보답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들에게 "할 수만 있다면 내 기사를 쓰는 대신 배우들과 스태프의 이름을 좍 써줬으면 좋겠다"는 농담 섞인 부탁을 하기도 했다.
시상식에 참석한 '하하하' 출연 배우 예지원은 "영화를 찍으면서 홍 감독님이 어떤 경지에 올랐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기뻐했다. 유준상은 "칸에 와서 재미있게 놀았는데 큰 상까지 받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올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는 프랑스의 뤽 고다르, 중국의 지아장커, 포르투갈의 102세 마리엘 드 올리베이라 감독 등 거장들의 작품들이 초청됐다. 모두 19개국 19편의 작품이 참가한 이 부문에서 심사위원상은 러시아의 다니엘 베가ㆍ디에고 베가 감독이 함께 연출한 '10월'이 수상했고, 최우수 연기상은 아르헨티나 영화 '입술들'의 아델라 산체스, 에바 비안코, 빅토리아 라포소에게 돌아갔다.
칸=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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