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이상 지속되고 있는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태가 유럽과 북극의 생태계에도 위험을 줄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나왔다.
미 해양연구소 칼 사피나 소장은 21일 미 하원 에너지ㆍ상업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이번 사안은 한 지역의 생태계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다.
철새들과 해양 생물들의 이동 주기를 볼 때 대서양의 수 많은 바닷 생물들이 번식을 위해 멕시코만을 찾아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염지역으로 이동한 생물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이로 인해 이 생물들이 다시 돌아가지 못해 유럽과 북극 생태계도 연쇄 위험에 빠진다는 뜻이다.
사피나 소장은 멕시코만 유전 소유자인 영국 석유개발업체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과학자들의 정확한 평가조차 방해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BP는 해답을 구할만한 상대가 아닌 것 같다"며 "사안 대처에 있어서 비용을 절감하려 한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사피나 소장은 "해저 원유분출지역에 접근해 측정할 수 있게 해달라고 BP측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밝힌 뒤, "BP가 일을 제대로 망쳐놓았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우리 모두가 머리를 싸매야 한다"고 말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의 실비아 얼도 "BP가 이번 사태를 앞장서서 해결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마치 여우가 닭장을 찾아주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고 비난했다. 그는 "정말 두려운 것은 정확한 유출량과 그 피해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것"이라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우리에게 어떤 피해가 돌아올 지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미 미 남동부 해안 늪지대의 생태계 보고(寶庫)가 기름띠의 공격을 받았다. 미 루이지애나주의 80km에 이르는 해안가 늪지대가 파괴되고 있으며, 미시시피 삼각주를 거대한 기름띠가 점령해 현지 생물들이 죽은 현장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텍사스와 플로리다의 해안과 늪지도 곧 오염될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당황한 현지 주민들과 주정부가 불을 지르거나 홍수를 일으켜 늪지를 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오히려 늪지를 더욱 피폐하게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BP는 독성 논란이 일고 있는'화학 분산제'를 계속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BP는 "기름이 퍼지기 전에 분해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과학계에서는 분산제로 인한 2차 해양오염을 우려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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