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년간 대화 없이 메모지로 의사소통을 해 온 노부부에게 이혼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가사1부(부장 전주혜)는 부인 A(76)씨가 남편 B(80)씨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찰관 출신인 피고는 원고와 40년간 부부로 생활하며 봉건적이고 권위적인 방식으로 가정을 이끌다 2003년부터는 이른바 메모지 생활이라는 다소 비인간 방식으로 원고를 간섭하며 폭력까지 휘둘러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도 피고 몰래 집에 들어가 각종 서류를 가져온 뒤 이혼소송을 제기한 책임이 있다"며 원고의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1969년 결혼한 부부는 성격 차이로 갈등을 빚다 2003년부터 B씨의 요구로 메모지 생활을 시작했다. B씨는 메모지에 시장에서 구입할 품목과 가격, 요리 방법 등까지 일일이 지정했고 A씨의 외출도 통제했다. 그러다 2008년 8월께 반찬 문제로 크게 다툰 뒤 A씨는 집을 나갔고, 같은 해 9월 B씨가 집을 비운 사이 열쇠수리공을 불러 집에 들어간 뒤 통장과 금전출납부 등을 챙겼다.
수원=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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