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재정위기, 천안함 사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등 비상상황에 대비, 은행들이 외화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최근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커미티드 라인'을 도입했다. 커미티드 라인이란 일종의 '단기 마이너스 대출'로 평상시엔 사용하지 않아도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내는 대신, 비상시 약정한도 안에서 필요한 만큼의 외화를 인출할 수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상대 은행이 거부하면 자금 인출이 중단될 수 있는 '크레디트 라인'과 달리 커리티드 라인이란 법적으로 자금 인출권이 보장되기 때문에 외화 유동성 경색 현상이 생겼을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7억달러 규모 커미티드 라인을 보유 중인 신한은행은 앞으로 한도를 20억~30억달러 수준으로 늘릴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200억달러의 외화자산과 다양한 크레디트 라인을 갖고 있었지만, 정작 30억달러 상환 요구 때 적시에 활용하지 못해 일시적으로나마 곤란을 겪은 바 있다. 농협은 1억달러의 커미티드 라인이 있으며 하나은행도 최근 커미티드 라인을 도입했다.
우리은행은 기존 크레디트 라인을 늘리고자 다음달까지 해외 거래 은행을 방문키로 했다. 최근 미국 보험회사 애플랙으로부터 2억달러 한도를 확보하는 등 해외 금융기관과 개별 접촉해 크레디트 라인을 추가 확보하고 있다.
은행들은 향후 외화조달 비용이 올라갈 것에 대비, 채권발행도 서두르고 있다. 영국은행협회(BAA)에 따르면 은행권 단기자금 조달비용의 척도가 되는 3개월 물 달러 리보(런던은행간 금리)는 지난주 0.445%로 작년 8월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리보는 지난 2월 0.252%에서 이달 7일 0.428%로 치솟은 뒤 지난주 0.45%에 육박했다.
기업은행은 연간 목표액 17억달러 가운데 10억달러 가량을 이미 조달 완료했고 하나은행은 지난달 27일 미화 5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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