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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FTA, 약일까 독일까/ (상) 호랑이굴 속으로 : 한중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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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FTA, 약일까 독일까/ (상) 호랑이굴 속으로 : 한중 FTA

입력
2010.05.2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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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일 FTA, 농수산업엔 치명타 우려… 개방 수준 딜레마

한ㆍ중 FTA, 한ㆍ일 FTA, 그리고 세 나라가 모두 참여하는 한ㆍ중ㆍ일 FTA 가운데 현재 가장 성사 가능성이 높은 것은 한ㆍ중 FTA다. 중국은 원래 이전부터 우리와의 FTA 체결에 적극적이었고,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우리나라 정부의 태도도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한ㆍ중 FTA 검토" 지시 이후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일각에선 "연내 협상이 개시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기대 효과

한ㆍ중 FTA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데는 대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이 일치한다. 지리적으로 가장 인접해있고 이미 경제적으로도 가장 밀접해 있는 두 나라 사이에 관세장벽이 낮아지거나 없어지면 교역은 더 늘어나고, 이것이 결국 국내총생산(GDP)의 확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ㆍ미 및 한ㆍEU FTA가 발효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ㆍ중 FTA만 발효된다면, 성장률이 0.21~2.5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이 이미 완숙단계에 들어가 있는 미국이나 EU와 달리 중국의 내수시장은 앞으로도 무한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한ㆍ중FTA는 한ㆍ미 또는 한ㆍEU FTA보다 기대감이 큰 것이 사실. 실제로 중국의 소비는 금융위기 후폭풍이 몰아 닥쳤던 지난 해에도 무려 17.5%나 증가하는 등 매년 경제성장률(10% 내외)을 훨씬 웃도는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썬쟈(沈佳)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양국간 FTA가 체결된다면 단기적 관세 철폐 효과보다, 중국 시장으로의 접근성이 높아지는 장기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대 못지 않은 부작용

문제는 FTA로 인한 성장과실은 특정 산업에 집중될 것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자동차와 전자, IT, 석유화학 등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고부가가치형 주력산업들은 한ㆍ중 FTA의 가장 큰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이들 품목들은 워낙 우리나라의 품질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관세 철폐시 중국시장 공략은 더 쉬워질 것이고, 국내시장 역시 얼마든지 수성(守城)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경제발전수준과 비례하는 서비스산업 역시 우리나라가 확실한 비교우위가 예상된다.

하지만 경공업제품이나 생활용품 등을 생산하는 저부가가치 제조업은 관세 철폐에 따른 타격이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국내 저가품 시장이 '메이드 인 차이나'에 사실상 점령된 상태에서 관세까지 없어지게 된다면, 하이엔드(high-end: 고급ㆍ고가제품) 제품을 뺀 '로 엔드(low-end)', 심지어 '미들 엔드(middle-end)'시장까지도 중국제품의 장악력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 업종은 대부분 중소기업 영역이란 점에서, 결과적으로 한ㆍ중 FTA는 '대기업 수혜, 중소기업 피해'구도로 이어질 수도 있다.

더 비상이 걸린 쪽은 농수산업이다. 지금처럼 고율 관세를 매겨도 가격에서 상대가 안 되는데, FTA까지 체결된다면 우리나라의 농수산업 기반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어명근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른 나라와의 FTA협상에서는 농수산물은 민감품목으로 분류돼 특별대우를 받았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중국과의 무역에서는 흑자 규모가 워낙 커 FTA협상과정에서 이런 특별대우를 요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ㆍ중FTA를 위해선 먼저 농수산업 개방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룬 다음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어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검역 문제도 폭발력 있는 이슈다. FTA와 검역은 원칙적으로 별개지만, 협상이 시작되면 수입이 원천 차단된 육류, 과일ㆍ과채류 등에 대한 검역기준 완화요구가 중국으로부터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국산 농수산물 위생에 대한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정부가 검역 문제를 함부로 건드리기 곤란한 상황이다.

대세론 vs. 신중론

양국의 유ㆍ불리 분야에 대해 대략 윤곽을 그릴 수 있기 때문에, 핵심은 협상 시기와 협정 강도를 선택하는 문제로 요약된다. "낮은 수준으로 개방하자니 실익이 없고 높은 수준으로 하자니 합의를 이루기 어려운 딜레마"(이장규 KIEP 선임연구위원)로 인해, 한ㆍ중 FTA는 협상과정에서 한ㆍ미 FTA를 능가하는 내ㆍ외적 난관이 예상된다.

물론 개방의 이익을 강조하는 이들은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은 거래가 될 거라며 조기협상착수를 주문한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도 FTA 경험이 쌓여 개방에 따른 대처 능력이 과거보다 향상됐다"며 "농업 쪽만 조심스럽게 다룬다면 중국과의 FTA협상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규모, 지리적 인접성 등을 감안할 때 한ㆍ중 FTA는 한ㆍ미 FTA보다도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지난 2월 한국무역협회가 3,000여개 기업들을 상대로 한ㆍ중FTA의 득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손해가 클 것'(24.6%)이란 걱정이 '이익이 클 것'(19.2%)이란 기대를 앞섰다. 주장환 한신대 중국지역학과 교수는 "중국과의 FTA는 수혜와 피해의 격차를 최소화하는 개방을 해야 한다"며 "양허 수준을 낮추고 협상 범위를 좁히는 낮은 수준의 FTA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 한중 FTA 협상 변수는…

FTA는 무역협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언제나 경제적 득실뿐 아니라, 경제 외적 상황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뒤따른다. 아무리 경제적 개방에 대한 완벽한 공감대가 있어도 정치적 여건이 받쳐주지 못하면, 협정의 체결ㆍ발효까지 이르기가 어렵다. 협정문에 서명이 끝난 게 언제인데 아직까지도 발효되지 못하는 한ㆍ미 FTA를 봐도 그렇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천안함 사태로 촉발된 한반도 주변의 냉기류는 한ㆍ중 FTA에 부정적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충분하다. 이 점에서 한ㆍ중 FTA 협상 개시를 좌우할 첫 관문은 경제적 변수가 아닌 북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를 실현하는 문제에 중국이 칼자루를 쥔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의 입장이 확연히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정'이지만, 천안함 문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된 뒤 중국이 대북제재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한ㆍ미ㆍ일 3국 공조에 북ㆍ중이 공동으로 맞서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중국은 한국과의 FTA에 예전부터 적극적 태도를 숨기지 않았지만, 이런 대결 구도에서 FTA만 따로 떼어내 추진하기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한ㆍ중간 협력 확대를 경계하는 북한의 시선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한ㆍ중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FTA를 공론화하기 부담스럽다. 북한 문제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장기간 표류하면 한ㆍ중 FTA 협상 착수도 그만큼 미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 첸젠안 中 푸단대 교수 "일부 산업 손실 상쇄할 만큼 효과 크다"

중국의 동아시아 경제 전문가인 첸젠안(陳建安ㆍ54) 푸단(復旦)대 교수는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중국에선 한국과의 FTA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며 "두 나라 모두 장기적 경제 성장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ㆍ중ㆍ일 3국 FTA의 효과가 더 크지만 성사하기 쉽지 않은 만큼 우선 양자간 FTA부터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에서는 한국과의 FTA 체결에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나

"중국의 학계와 경제계, 일반 여론은 한국과의 FTA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양국 경제의 상호보완성이 크기 때문이다. FTA 체결은 두 나라 무역 발전을 촉진함은 물론 장기적으로도 경제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는 반응이다."

-한국에서는 중국과 FTA를 체결할 경우 농업쪽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FTA가 맺어지면 농수산품 영역에서 어느 정도 충격이 있겠지만 다른 부문에서의 이득이 그 손실을 완전히 보상할 정도로 전체적인 경제적 이익이 매우 클 것으로 본다."

-중국은 FTA 체제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현재까지 체결 속도가 매우 빠르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FTA에 힘을 쏟는 배경은.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DDA) 진전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다자간 자유무역체제에는 한계가 있지만, FTA는 단기간 안에 성사될 수 있고 분명한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동아시아 국가와 FTA를 체결해, 각 분야에서 경제 협력을 제고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한국과 FTA 체결이 중국의 국내 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나?

"중국 농산품의 일부, 방직품 및 저부가가치 공산품의 (한국으로의) 수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전자, 자동차, 정밀기계, 석유화학 산업 분야에서는 한국으로부터의 고부가가치 중간재 및 생산ㆍ기계설비 수입이 대폭 증가할 것이다. 중국 역시 관련 산업에 충격이 올 수도 있다."

-한중ㆍ중일ㆍ한일 등 양자 FTA와 한중일 3자 FTA 중 어떤 것이 더 적합한가?

"여러 연구에서 3국 FTA 효과가 양자 FTA보다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세 나라 경제의 보완성이 크기 때문인데, 3국 모두 복리후생을 향상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윈-윈-윈' 상황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각국 정부 및 산업계 입장이 달라, 체결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선이후난(先易後難: 쉬운 일부터 풀고 어려운 일은 나중에)'원칙에 따라 양자 FTA로 경험을 축적한 후, 3국 FTA로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

이영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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