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오귀스트 로댕(1840~1917)의 국내 최초 회고전인 '신의 손_로댕'전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생각하는 사람' '입맞춤' 등 로댕의 대표작을 보기 위해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 중, 유독 여성들의 더 큰 관심을 받는 작은 전시실이 있다. 바로 '카미유 클로델' 섹션이다.
카미유 클로델(1864~1943)은 로댕과 불같은 사랑을 나눈 연인이자 뛰어난 재능을 지닌 조각가였지만, 사랑과 예술 모두에서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한 채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비운의 삶을 살았다. 자신의 작품을 대부분 깨트렸기에 남아있는 작품도 많지 않다.
이런 가운데 클로델의 생생한 육성을 느껴볼 수 있는 책 (마음산책 발행)이 출간됐다. 클로델이 로댕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 주고 받은 편지를 모아 연대기 순으로 정리한 책이다. 클로델 연구자인 안 리비에르와 브뤼노 고디숑이 엮은 책으로, 편지글과 함께 연보, 시대적 상황 등 관련 정보가 함께 실려있다.
"솔직히 너를 잊을 수 있을 거라 믿는 순간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나는 너의 끔찍한 힘을 느낀다. 너를 보지 못하면 끔찍한 광기가 시작된다. 나는 더 이상 작업을 하지 않는다." 편지에 나타난 로댕의 클로델에 대한 사랑 고백은 이토록 뜨겁다. 그는 "전람회가 끝나면 우리는 이탈리아로 떠나 여섯 달 동안 머무를 것이며 마드무아젤 카미유는 나의 아내가 될 것이다"라며 지킬 수 없는 사랑의 약속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로댕은 오랜 동반자였던 로즈 뵈레를 떠나지 않았다. 클로델이 1891년 로댕에게 보낸 편지 중 "선생님이 여기 있다고 믿어보려 옷을 다 벗고 잠이 들지만, 눈을 떠보면 현실은 더 이상 꿈과 같지 않아요. 더 이상 나를 배신하지 않으셔야 해요"라는 글귀에서는 절박함마저 읽힌다.
클로델은 1893년 로댕의 작업실을 떠나며 독립을 선언하지만, 세상은 그를 한 사람의 예술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실에 절망한 클로델은 로댕이 자신의 성공을 방해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1913년 가족에 의해 정신병원에 수용된 후 클로델이 동생에게 쓴 편지들은 "로댕과 미술품 상인들이 나를 정신병원으로 납치했으며, 내 평생의 작품을 빼앗아간 뒤 감옥에 가뒀다", "악마 같은 로댕은 내가 예술가로서 비상하여 자기보다 더 명성을 떨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뿐이다" 등 로댕에 대한 증오로 가득하다.
'신의 손_로댕'전의 '카미유 클로델' 섹션에는 로댕과 클로델이 빚은 서로의 초상, 로댕이 클로델을 모델로 만든 '회복', 클로델의 작품 '왈츠' 등이 모여있다. 특히 무릎을 꿇은 채 어딘가를 향해 손을 뻗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담은 클로델의 작품 '애원하는 여인 혹은 간청하는 여인'은 로댕의 사랑,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성공을 동시에 갈구했던 여인 클로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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