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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노무현 전대통령 1주기/ '盧 시대'가 남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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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노무현 전대통령 1주기/ '盧 시대'가 남긴 의미

입력
2010.05.2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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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는 험한 바다를 헤쳐왔습니다. 끊임없는 진로방해와 발목잡기, 흔들기, 돌발사고에 시달려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침몰하지 않았습니다. 준비 안 된 대통령,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이 계신데요. 이제는 그 말씀 취소해 주십시오. 이렇게 말씀 드리고 싶고요."(노무현 전 대통령, 2007년 6월 참여정부 평가포럼 월례강연)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맞아 그를 향한 추모열기가 뜨겁다. 그러나 그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노무현'은 어떤 의미일까, 그가 남긴 공(功)과 과(過)는 무얼까. 1주기를 맞아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김형준(명지대 정치학) 박효종(서울대 윤리학) 조국(서울대 법학) 한홍구(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등 4명이 답했다.

권위주의와 지역주의 타파 노력

노 전 대통령의 대표적 업적으로 탈권위, 탈지역주의를 꼽는데 이견이 없었다. 조 교수는 "고통을 겪으면서까지 '반칙이 없는 세상'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는 구호를 내걸고 권위주의와 지역주의 정치를 깨뜨리려 한 점을 높이 산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토 균형발전과 자주국권, 탈권위주의 등을 시작했고, 스스로도 끊임없이 권위를 내놓았던 대통령"이라고 기억했다. 박 교수는 "참여민주주의 토론민주주의 등을 어젠다(의제)로 삼은 진보성향 정부의 본격 출범을 진두지휘했다"고 평했다.

특히 교수들은 국가 권위주의의 상징인 국가정보원과 검찰에 대한 정치적 중립 의지도 높게 평가했다. "(노 전 대통령이) 두 기관을 권력기관으로 활용하지 않은 것은 획기적"(조 교수)이라는 평과 아울러,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로 하여금 이들 기관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게 문제"(김 교수)라는 지적도 따랐다.

특권층보다 약자 배려

노 전 대통령은 "평등이 이 사회를 받치는 든든한 뼈대"라고 입버릇처럼 주장했다. 기초노령연금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그의 정책은 후한 점수를 받았다. 조 교수는 "복지를 서민에 대한 선심 정도로 봤던 다른 정권과 달리 노 전 대통령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로 자리잡게 했다"며 "복지를 포함한 분배정책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양이나 질적으로 나았다"고 말했다.

이는 현 정부가 간과해선 안 되는 가치라는 주장도 있었다. 박 교수는 "국정 우선순위에 국민화합과 통합이 최상의 가치를 갖는다는 점을 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한 교수는 "노 정부 때와는 달리 현 정부에서 기득권 세력들이 공고하게 자신들의 이익을 보존할 수 있게 돼 아쉽다"고 전했다.

경제정책의 실패

전문가들은 노무현 정부 이후 정권교체의 주된 원인을 경제정책의 실패에서 찾았다. 조 교수는 "외환 위기가 심화한 상황에서 지지자들은 육아, 교육, 일자리 마련, 집값 안정화, 노후 보장 등 친서민 정책을 바랐다"면서 "그러나 고통은 해소되지 않았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주길 기대하는 마음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교수는 "노 전 대통령 집권 5년간 국내 경제성장률은 4.3%, 같은 기간 세계경제 평균 성장률 5.2%라는 성적표는 경제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을 과도하게 제한하니 돈이 돌지 않아 서민들의 고통은 한층 증폭됐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또 "세금 폭탄으로 전통적인 기득권층이 반발했고, 서민들의 고통도 커지다 보니 지지기반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로 노 전 대통령을 뽑았는데 경제적으로는 별다른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결국 김영삼 정부 때보다 김대중 정부 때, 그보다 노무현 정부 때 더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됐고, 목숨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 양산

그 어느 정권보다 정치적 논란이 많았던 데는 참여의 과다에 따른 부작용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김 교수는 '정부의 능력보다 큰 참여가 있으면 오히려 혼란스러워진다'는 고 새뮤얼 헌팅턴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서 "시민단체가 내는 다양한 목소리를 정부가 소화하지 못했고, 그 결과 사회 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풀이했다. 조 교수는 "강력한 소탈함과 서민적 풍모는 취임 전까지 강점일 수 있지만 취임 후에는 철저하게 계산된 정치적 발언을 했어야 했다"며 "정치적 순진함이 쓸데 없는 논란을 낳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소통과 참여를 강조했지만 통합과 화해라는 또 다른 중요한 어젠다를 간과했다"며 "자신의 이상 실현에 대한 의도가 지나치게 강해 정치를 투사적 행동의 범주로 생각했고, 이런 태도는 국민들에게 포용이 부족한 정부로 읽혔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렸다. 박 교수는 "현재의 남북관계 경색은 전 정부가 북한에 당근만을 준 것에 대한 교정과정"이窄?"대북 문제는 힘과 원칙, 의지에 의한 것이지 양보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 교수는 "한국 경제의 지속 발전도 노 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하는 등 대북문제를 잘 풀어간 덕분"이라며 "강경 일변도의 현 대북정책은 경제에도 치명적인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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