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익 바캉 지음ㆍ류재화 옮김/시사IN북 발행ㆍ240쪽ㆍ1만2,000원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복지국가 해체와 노동시장 유연화를 불러왔다. 그 결과인 빈곤층 증가는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헤게모니를 쥔 쪽은 형벌을 강화해 안정을 지키는 방법을 택했다. 이른바 '톨레랑스(관용) 제로' 정책. 미국에서 태동한 이 형벌 이데올로기는 급속히 수출돼 세계 곳곳에서 도시 빈민들을 감옥으로 몰아넣고 있다. 는 형벌 정책에 초점을 맞춰 세계화의 이면을 분석한 책이다.
저자 로익 바캉은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교수로 1980년대부터 서구에서 감옥이 갖는 사회적 역할과 의미를 연구해 온 학자다. 이 책이 쓰여진 1999년은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때였다. 이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된 형벌 이데올로기의 확산은 바캉의 논리를 각광받게 만들었고, 이 책은 지금까지 19개 언어로 번역됐다.
저자는 "형벌 이데올로기의 전파는 단순히 범죄 발생률의 증가와 그 양상의 변화에 따른 내적 반응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정책의 파급에 따른 결정적 파생물"이라고 주장한다.
책은 뉴욕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1990년대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과 윌리엄 브래튼 경찰국장은 "범죄의 가장 확실한 발생 원인은 죄인 그 자신"이라며 톨레랑스 제로 정책을 시행한다. 기업이 이익 목표를 정하고 관리하듯, 그들은 범죄 등록 건수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최하층민이 야기하는 무질서를 철저히 진압해야 한다는 이들의 논리는 보수적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었고, 서유럽과 남미 국가들은 서둘러 뉴욕의 정책을 따라했다.
저자는 형벌 이데올로기가 경제 분야의 신자유주의와 짝을 이뤄 사회적 정의의 영역에까지 시장 효과와 '개인의 책임 의무'라는 도그마를 확대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철 장갑'을 끼고 나타났다. 가난한 자를 몰아붙이는 방식으로"라는 표현으로 이런 변화의 본질을 꿰뚫는다. 소수자와 취약 계층 보호라는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면서 혼란의 원인을 소외된 자에게 돌리는 모습이 무시로 목격되는 오늘의 한국 사회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책이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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