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군합동조사단 남은 과제
민군합동조사단(합조단)이 20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천안함 침몰 원인을 발표했다. 그렇다고 합조단의 활동이 끝난 것은 아니다. 북한의 소행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일이 남아 있다. 몇 가지 풀리지 않은 의문도 해소해야 한다.
침투 경로 밝혀야
가장 큰 쟁점은 북한 잠수정의 침투 경로다. 합조단이 북한 어뢰의 잔해, 설계 도면, 천안함 선체의 흔적 등 과학적 증거를 제시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정보작전 분야의 정황 증거는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합조단 정보분석팀장인 황원동 국방부 정보본부장이 20일 브리핑에서 "북한 잠수정이 공해로 우회해 침투한 것으로 추정한다. 잠수정은 잠항(潛航)하면 경로를 알 길이 없다"고 답변한 것이 전부다.
합조단은 이를 규명하기 위해 캐나다 등 연합정보분석태스크포스(TF)의 외국 전문가들이 국내에 계속 남아 있도록 했다. 반면 다른 외국 조사단은 귀국길에 올랐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21일 "북한이 최근 비파곶기지에서 잠수정을 남측으로 침투시키는 특별훈련을 했다는 첩보가 입수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파곶기지는 백령도 북쪽 80㎞ 지점에 위치한 잠수함기지로 한미 정보 당국은 기지를 출발한 잠수정 두 척이 천안함 침몰 전후로 사라졌던 사실을 이미 파악했었다.
시뮬레이션 등 분석 덜 끝나
천안함 폭발 순간의 시뮬레이션 작업도 아직 진행 중이다. 합조단이 20일 발표에서 버블제트로 선체가 두 동강 나기 직전까지의 시뮬레이션만 공개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합조단 관계자는 "물기둥이 실제 어느 높이까지 치솟았고 선체가 어떤 과정으로 절단됐는지에 대해 확실하게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뮬레이션이 완성되면 폭발 당시 높이 100m, 폭 20~30m의 하얀 섬광과 물기둥을 봤다는 백령도 해안초병의 진술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좌현 견시(見視)병의 몸이 흠뻑 젖지 않고 얼굴에 물이 튄 정도라는 합조단의 설명도 진위 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어뢰 추진동력부 내부에 적혀 있는 1번이라는 글씨의 염료 성분 분석도 진행 중이다. 유성잉크로 추정되는데 잉크의 제조국과 적힌 시점 등을 확실하게 규명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어뢰 잔해의 부식된 정도에 비해 잉크가 지나치게 선명하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폐쇄회로(CC)TV 화면도 공개해야
군은 천안함 내부의 CCTV 화면의 복원을 마쳤으나 1분 늦게 촬영되도록 돼 있어 결정적 순간인 폭발 장면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논란은 불가피하다. 열상감지장비(TOD)의 뒤늦은 공개로 당했던 수모를 생각하면 반드시 조속히 공개해야 한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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