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東京) 오쿠라(大藏)호텔 뒤뜰 집고관(集古館) 한편엔 수수한 모습의 5층 석탑이 자리잡고 있다. 고려 초기 석탑 양식을 띤 높이 6.48m 규모의 이 석탑은 일제 강점기 일본에 빼앗긴 한국 문화재 이천오층석탑이다.
석탑은 원래 현 경기 이천시 양정여중 인근에 있었다. 하지만 1915년 경복궁에서 열린 '조선물산 공진회'(박람회)에 전시됐다가 1918년 토목ㆍ건축사업을 하던 오쿠라 기하치로(大倉喜八郞)에 의해 일본으로 일방적으로 옮겨졌다.
이천오층석탑은 보존 상태가 좋아 거의 훼손이 없으며 조형미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빼앗긴 석탑을 다시 이천으로 가져오려는 환수 운동이 거세다.
이천 시민들은 2008년 이천오층석탑되찾기 범시민운동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서명 운동을 벌여 2년 만에 10만4,935명의 서명을 받았다. 서명인 숫자는 이천시 전체 인구(19만9,125명)의 52.6%다. 이천 주민 2명 중 1명꼴로 석탑 환수에 서명했다.
위원회는 서명자가 10만명을 넘어섬에 따라 서명운동을 끝내고 다음달 서울에서 석탑 반환을 위한 대국민 홍보전을 펼칠 계획이다. 또 석탑 환수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일본 내 지식인들과 함께 세미나도 열 예정이다. 8월과 10월에는 석탑 사진공모전 등 대대적인 행사로 시민의 뜻을 모은 뒤 일본에 반환을 요구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5월 이천아트홀 앞 광장에 석탑을 이전할 장소도 마련했다.
위원회 측은 그동안 2차례 일본 현지를 찾아 집고관 측과 협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집고관 측은 "석탑이 도쿄에 있어도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이 언제든지 볼 수 있다"는 논리로 환수에 반대하고 있다.
목혜균 이천오층석탑환수위원회 사무국장은 "단체나 개인이 아닌 시민 전체의 이름으로 환수운동을 벌이는 것은 드문 사례"라며 "이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찾는 과정인 만큼 꼭 이천으로 다시 가져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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